"잘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섰다" 해외파 출신 슬러거의 자기 반성.txt
2021.12.09 21:44:30

김동엽 / OSEN DB


[OSEN=대구, 손찬익 기자] 김동엽(삼성)의 올 시즌을 되돌아 보면 뭘 해도 안 되는 한해였다. 

지난해 타율 3할1푼2리(413타수 129안타) 20홈런 74타점 60득점 불방망이를 휘두른 김동엽은 올 시즌 구자욱, 오재일, 호세 피렐라와 함께 중심 타선의 한 축을 이룰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초반 활배근을 다치는 바람에 잠시 쉼표를 찍게 됐다. 

1군 무대에 지각 합류했으나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동엽은 4월 타율 1할2푼5리(32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에 그쳤다. 삼성 벤치는 김동엽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김동엽은 5월 30일 1군 무대에 복귀했고 6월 타율 2할7푼5리(40타수 11안타) 4타점 6득점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7월 11일 롯데전에서 시즌 첫 아치를 터뜨리는 등 3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모처럼 제 몫을 했다.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KBO는 NC와 두산 내 선수 확진자가 발생하자 긴급 이사회를 열어 리그를 전면 중단했다. 도쿄 올림픽 브레이크 중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8월 8경기 타율 5푼9리(17타수 1안타) 2타점 1득점에 그쳤던 김동엽은 9월 타율 3할4푼(50타수 17안타) 2홈런 10타점 5득점으로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10월 한달간 성적은 타율 2할5푼(32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 삼성은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지만 김동엽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동엽은 "제 자신에게 기대가 컸었다. 지난해 잘하고 나서 더 잘해야 한다는 의욕이 앞서 부상이 찾아왔다. 몸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훈련했고 몸에 무리가 오면서 꼬이고 말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7월 타격감을 되찾으며 이제 되겠구나 싶었는데 코로나19 확산세로 리그가 중단됐다. 열심히 훈련하며 좋은 감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2주 자가 격리됐다. 올해 참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동엽은 또 "부상 여파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다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커지고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면 안 되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작년에는 잘칠때 매일 나가니까 자신감이 가득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심리적인 요인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엽 / OSEN DB


그렇다고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김동엽은 "후반기 들어 어떻게 쳐야 할지 감을 되찾았다.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자신감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시즌을 마쳐 그나마 다행"이라며 "계속 훈련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마인드 컨트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때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물었다. "한 선배께서 '안 좋은 일이 띄엄띄엄 오는 것보다 한꺼번에 오는 게 더 낫다. 반대로 좋은 일이 한꺼번에 올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했다. 김동엽은 또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 가장 아쉬웠던 게 작년에 제가 잘할 때 5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올해 팀이 잘 나갔지만 도움이 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고 묻자 "생각이 많은 스타일인데 생각 좀 줄이고 부상 없이 원 없이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팀내 최고의 노력파로 꼽히는 김동엽이 내년에는 활짝 웃을 수 있을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