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이후 처음, 꼴찌팀 골든글러브…한화 자존심 살렸다
2021.12.11 19:26:55

[OSEN=지형준 기자] 10일 오후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한화 정은원이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1.12.10 /jpnews@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꼴찌팀에서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나왔다. 11년 전 류현진(토론토) 이후 모처럼 진기록을 쓴 주인공. 한화 2루수 정은원(21)이다. 

정은원은 지난 10일 열린 2021 KBO 골든글러브에서 2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총 유효표 304표 중 121표를 얻어 김선빈(KIA·85표), 안치홍(롯데·68표), 김상수(삼성·15표), 서건창(LG·15표) 등 경쟁 후보들을 여유 있게 제쳤다. 

한화는 지난 2016년 지명타자 김태균 이후 5년 만에 모처럼 골든글러브를 수상자를 배출했다. 소속팀 한화는 10위로 최하위였지만 정은원의 개인 성적은 외면받지 않았다. 팀 핸디캡을 딛고 수상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꼴찌팀에서 골든글러브 선수가 나오긴 어렵다. 꼴찌팀에는 기본적으로 개인 성적이 좋은 선수가 별로 없다. 팀 전력이 약할수록 개인 기록에서도 손해를 보기 마련. 비슷한 기록이면 팀 성적이 좋은 선수에게 표심이 쏠린다. 

40년 KBO리그 역사 통틀어 꼴찌팀 골든글러브는 총 13번. 이 중 수비율로 시상한 1982년 삼미 양승관, 이적 후 소속팀이 바뀌어 수상한 1995년 김광림(OB→쌍방울), 2013년 정근우(SK→한화), 2015년 유한준(넥센→KT)을 제외하면 꼴찌팀에서 뛰고 골든글러브를 받은 케이스는 9번밖에 없다. 선수 숫자로는 7명뿐. 

1983년 롯데 김용희(3루수), 1984년 삼미 정구선(2루수), 1985년 청보 정구선(2루수), 1992년 쌍방울 김기태(지명타자), 1994년 쌍방울 박노준(외야수), 김기태(지명타자), 1998년 롯데 박정태(2루수), 2010년 한화 류현진(투수)에 이어 올해 정은원이 꼴찌팀 골든글러브 계보를 이었다. 


[OSEN=지형준 기자]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에 힌화 정은원이 수상하며 이승엽 홍보대사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1.12.10 /jpnews@osen.co.kr



류현진 이후 11년 만에 꼴찌팀 골든글러브가 된 정은원은 오로지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올해 139경기 타율 2할8푼3리 140안타 6홈런 39타점 105볼넷 19도루 출루율 .407 장타율 .384 OPS .791을 기록한 정은원은 그러나 공격력의 상징인 3할 타율이나 10홈런을 넘지 못한 점이 불리한 요소였다. 

경쟁 후보 중 2루수 최고 타율(.307)과 최다 안타(154개)를 기록한 김선빈, 3할 타율(.306)과 함께 10홈런 82타점을 올린 안치홍이 있었다. 클래식 기록을 중시하던 과거라면 정은원이 받기 어려웠겠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역대 최연소 100볼넷(105개)을 달성한 정은원은 WAR(4.46), wRC+(126.6) 등 주요 세이버 기록에서 2루수 원톱으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한화의 자존심을 살린 정은원은 “빠른 시간에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신 구단과 동료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000년생 만 21세 어린 나이에 골든글러버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팀 영향도 있다. 2018년 첫 해부터 1군 선수로 자리잡은 정은원은 팀 세대 교체의 선두주자로 전폭적인 기회를 받았다. 기회를 받아도 잡지 못하는 선수가 태반이지만 이를 놓치지 않은 정은원은 어느새 리그 최고 2루수로 우뚝 섰다. /waw@osen.co.kr

 

[OSEN=지형준 기자]한화 정은원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