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희 1순위였는데…" FA 투수 시장 냉랭, 대박 날린 최대어
2021.12.12 08:31:34

키움 한현희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올 겨울 KBO리그 FA 시장은 화끈하게 첫 테이프를 끊었다. ‘1호 계약자’ 최재훈(한화)이 5년 총액 54억원 대박을 쳤다. 그로부터 2주간 눈치 싸움이 이어지면서 2호 계약자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특급 FA 선수들의 몸값은 높게 형성되는 분위기. 

최재훈과 같은 포수 강민호와 장성우의 기준점도 올라갔다. 올 겨울 FA 황금 어장의 진원지인 외야에도 뜨거운 바람이 분다. ‘최대어’ 나성범뿐만 아니라 여러 팀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두산발 FA’ 박건우와 김재환도 물밑 경쟁 속에 가격이 뛰어오른다. 

이렇게 FA 시장에 과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투수 포지션이다. FA 신청 선수 14명 중 투수는 백정현 딱 1명뿐이다. 미국에서 돌아온 양현종까지 실질적으로 투수 FA 2명이지만 시장 온도는 미지근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모자라다. 

백정현은 올해 27경기에서 157⅔이닝을 던지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선발투수가 부족한 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지만 시장 관심이 뜨겁지 않다. 올 시즌에 앞서 이런 성적을 내지 못했고, 내년 만 35세로 나이가 많은 까닭이다. 

양현종의 경우 원소속팀 KIA 복귀가 확실시된다. 두 번째 FA로 B등급인 양현종은 2020년 KIA에서 받은 연봉이 23억원으로 보상금만 최소 23억원이 발생한다. KBO리그에서 검증된 투수이지만 KIA 상징성이 크다. 선수 본인도 KIA를 최우선으로 두며 협상 창구를 사실상 단일화했다. 다른 팀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백정현 /OSEN DB


FA 투수 최대어가 될 수 있었던 한현희(키움)로선 땅을 치고 싶은 상황이다. 야구계 관계자는 “만약 한현희가 예정대로 FA가 됐다면 엄청난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한현희를 영입 1순위로 둔 팀들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만 28세의 강속구 사이드암 한현희는 선발과 구원 양 쪽 모두 가능한 투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재활한 2016년을 빼고 꾸준히 내구성도 좋은 자원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도 일부러 동결하며 B등급을 노렸다. 보상 문턱도 낮아 어느 팀에서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FA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여름 숙소 이탈 후 술판 파문으로 KBO와 구단으로부터 각각 36경기, 1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 때문에 1군 등록일수 미달로 FA가 불발됐다. 

한현희가 나오길 기다렸던 팀들도 아쉽지만 FA가 1년 미뤄진 선수 본인의 손해가 가장 크다. 내년 시즌을 마친 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문승원, 박종훈, 이태양(이상 SSG), 임찬규, 함덕주(이상 LG), 원종현, 이재학(이상 NC), 정찬헌(키움), 심창민(삼성) 등 어느 때보다 투수 자원이 FA로 많이 풀린다. 올해처럼 독보적 투수 FA 최대어가 될 기회를 날린 한현희에겐 두고두고 아쉬울 상황이다. /waw@osen.co.kr

 

키움 한현희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