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주운전…강정호는 떠났는데 푸이그, 키움에 최고 대우 입성
2021.12.13 22:40:50

강정호(왼쪽)와 야시엘 푸이그(오른쪽). /사진=뉴스1


키움 히어로즈가 음주운전, 성폭력 등 전력이 있는 야시엘 푸이그를 품은 것과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타선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그의 다사다난했던 과거를 탐탁지 않아 하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 전력에 발목을 붙잡혀 은퇴 수순을 밟게 된 강정호가 언급되기도 했다. 똑같이 음주운전을 저지른 강정호는 사실상 은퇴하게 됐는데 푸이그가 뛰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키움은 푸이그와 연봉 100만달러(11억 7000만원)에 1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100만달러는 신규 용병의 연봉 상한선이다.

푸이그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다. LA다저스에서 류현진과 함께 뛰어 국내에도 친숙한 얼굴이다. 1990년 쿠바에서 태어난 그는 2013년 데뷔하자마자 104경기에서 타율 0.319, 19홈런, 42타점을 터뜨리며,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2위에 오르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MLB에서만 홈런 132개를 쏘아올린 만큼 실력은 검증된 자원이다.


푸이그 영입, 기대보다 우려 커…왜?


/사진=뉴스1


그러나 푸이그 영입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그가 지금껏 음주운전, 과속운전, 성범죄 등에 휘말리며 구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2013년에만 두번의 과속 운전을 했다. 특히 2013년 12월에는 술을 마신 채 시속 70마일이 제한인 미국 플로리다의 한 고속도로에서 시속 110마일로 차를 몰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또 2015년 술집에서 여동생을 폭행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8년 10월에는 미국 프로농구(NBA) LA레이커스의 홈구장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가 제기됐다. 푸이그는 여성과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며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으나 다음 시즌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며 합의금 25만달러(2억 9000만원)를 지급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비슷한 듯 다른 푸이그와 강정호


강정호. (C) AFP=뉴스1


푸이그가 키움에 입단하자 온라인에서는 강정호가 언급됐다. 푸이그와 강정호가 여러모로 닮은 구석이 많아서다. 강정호도 실력만큼은 검증된 자원이었으나 자주 구설에 오르며 빛을 보지 못했다.

성폭행 혐의, 음주운전 등 저지른 실수도 비슷하다. 강정호는 2016년 6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의혹에 휘말렸다. 이후 피해자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불기소처분됐지만, 연이어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그해 12월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 또 사고 당시 동승자가 핸들을 잡은 것처럼 꾸며 책임을 피하려고 했다. 여기에 재판 과정에서 그가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으나 구단에 알리지 않고 은폐한 게 알려졌다.

구설 이후 타격감을 잃고 메이저리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미국 프로야구 마이너리그, 도미니카공화국 프로야구 LIDOM을 전전하다 KBO리그에서 재기를 꿈꾼 것도 닮았다.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느라 2017시즌을 통째로 날린 강정호는 2018년 9월 LIDOM 아길라스 시바에냐스로 진출했다. 그러나 24경기에서 타율 0.143(84타수 12안타)에 그쳤고, 홈런은 1개에 머물렀으며 수비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해 방출됐다.

푸이그도 2018년 성폭행 논란 이후 이듬해 2019년 LA다저스에서 같은 리그 신시내티 레즈로 쫓겨났다. 그러나 신시내티에서도 그는 여러 차례 벤치 클리어링(상대 선수와 몸싸움)에 앞장서는 등 악행을 일으켰고, 시즌 도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2020시즌을 앞두고 팀에서 방출됐다.

그는 1년간 아예 뛰지 못하다가 올해 멕시코리그로 이적했다. 멕시코리그에서는 62경기 타율 3할1푼2리(205타수 64안타) 10홈런 43타점 OPS .926을 기록했다.

그러나 둘의 비슷한 행보는 여기까지다. 푸이그와 달리 강정호는 KBO리그에 오지 못했다. KBO리그 규약이 아닌, 음주운전에 엄격한 국민 정서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강정호는 NO, 푸이그는 YES?…뭐가 다른가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기자회견에서 과거 뺑소니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낭독하는 모습. /뉴스1


2006년부터 2014년까지 KBO리그에서 뛴 강정호는 지난해 4월 KBO리그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로부터 2016년에 음주 사고를 낸지 4년 만에 징계 처분을 받았다.

강정호는 KBO리거였던 2009년과 2011년에는 음주운전을 구단에 보고하지 않아 징계를 피했고, 2016년에는 메이저리그에 적을 두고 있어 음주운전에 대해 따로 징계를 받지 않고 있었다.

KBO는 2018년부터 야구 규약 제151조를 통해 "음주운전이 적발된 선수에게는 출장 정지 50경기, 제재금 300만원, 봉사 활동 80시간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를 낸다면 징계 수위는 더 올라간다. 출장 정지 90경기, 제재금 500만 원, 봉사활동 180시간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3회 이상 적발된 선수에게는 3년 이상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강정호의 음주운전은 2016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이 규정은 강정호에게 소급 적용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1년 유기 실격이라는 가벼운 처분에 그쳤고, 1년만 지나면 다시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예상보다 거센 반발 여론에 복귀 의사를 접어야만 했다. 이후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무적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푸이그는 KBO리그에 무혈 입성했다. 먼저 KBO는 데뷔 이후 줄곧 해외 리그에서만 뛴 그를 징계할 수 없었다. 게다가 국내에는 그의 범죄 전력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여론도 예상보다 우호적인 편이다.

둘은 비슷한 잘못을 저질렀다. 다른 점은 강정호가 KBO리그 출신이고, 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강정호가 징계 기간이 끝난 뒤에도 그라운드에 복귀하지 못한 것과 달리, 푸이그는 귀빈 대접을 받으며 KBO리그에 왔다. 연봉 11억원의 용병 최고 대우까지 약속 받았다. 형평성에 안 맞는 대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강정호와 비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유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말할 수 없다"며 "푸이그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충분히 성숙해졌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커 영입을 타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인 것을 포함해 외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아마 영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KBO 관계자도 "국민들이 음주운전에 엄격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출신이고, 잘못도 메이저리그에서 저질렀다. KBO 규약에는 그의 영입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