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은 딴나라 이야기...롯데는 '합리적으로' 내부 FA 잡을 수 있나?
2021.12.15 15:33:48

 



[OSEN=조형래 기자] 100억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 판도다. 하지만 한때 오프시즌 큰 손이었고 리그 최고 연봉 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는 이 시장 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내부 FA들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잠행 행보다.

롯데는 내부 FA 정훈과 손아섭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구단이 책정한 가치와 선수 측이 책정한 가치를 서로 확인하는 과정을 갖고 있다. 베일에 싸여 있는 협상 과정. 원활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데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상 기류를 무시할 정도도 아니다. 정훈은 C등급으로 보상금만 지불해도 되는 알짜 자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손아섭은 1차 FA때 4년 98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고 두 번째 FA를 취득했다. B등급 FA이고 올해 연봉은 5억 원이다. 이적시 보상금 규모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롯데 수뇌부의 협상 기조는 합리적인 선에서의 투자다. 자신들이 정한 내부적 기준에 맞는 가치를 책정하고 그 선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협상을 언제나 자신들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 FA 시장 역시 엄연히 수요와 공급에 걸맞게 가치와 금액이 책정된다. 때로는 이성적인 기준을 벗어나는 가치 책정과 기준이 형성되지만 그 역시도 FA 시장만의 특수성이다. 기준이 형성되면 그 기준에 맞게 시장가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올해 FA 시장이 좋은 예다. 100억이라는 단어가 우습게 오가고 있고 4년 이상의 장기 계약도 만연해지고 있다. 포수 최재훈이 원 소속팀인 한화와 5년 54억 원에 1호 계약을 체결했고 뒤이어 외야수 박해민이 LG로 이적하면서 4년 60억 원을 받았다. 그리고 박건우가 NC와 6년 100억 원이라는 빅딜을 체결했다. 나성범은 NC를 떠나서 KIA로의 이적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고 6년 150억 수준의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공개된 금액과 현재 시장에서 구단과 선수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협상 상황을 공유하게 되면 선수들의 눈높이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롯데는 올해 100억이 오가는 시장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모그룹의 특별한 오더가 떨어지지 않는 한, 추가적인 외부 FA 영입은 없을 전망이다. 내부 FA 정훈과 손아섭을 잔류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런데 현재 시장이 다소 과열된 양상이자 비이성적으로 돌아간다고 판단할 수 있다.

정훈의 경우 현재 콕 찝어서 가치 비교 대상을 찾을 수는 없지만 뒤늦게 만개하기 시작한 타격 능력과 준수한 1루 수비 능력, 그리고 낮은 보상 문턱으로 몇몇 구단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손아섭 역시 커리어 내내 꾸준한 컨택 능력을 과시한 표본이 있기에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손아섭 입장에서는 현재 협상 기준이 LG로 이적한 박해민의 4년 6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생각한 ‘합리적 기준’에서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아졌다. 이미 롯데 구단 안팎에서는 내부 FA들과 협상을 긴 호흡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다만 현재 시장 상황과 계약 속도로 볼때 협상이 급진전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딕슨 마차도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주전 유격수가 불투명한 내야진 상황이다. 안정적으로 송구를 잡아주고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1루수 정훈이 빠지면 내야 수비력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손아섭 역시 현재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젊은 선수를 찾기 힘들다. 두 선수 모두 선수단 내에서 존재감이 크다. 이탈시 내년 롯데의 전력 구상은 수많은 가정들 속에서 시작되야 한다.

과연 롯데는 현재 FA 시장 상황에서 자신들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훈, 손아섭을 붙잡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