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FA 계약' 내부 외야수 놔두고 외부 수혈, 왜 달라졌나?
2021.12.15 17:40:06

 

LG 박해민(왼쪽)과 NC 박건우. /사진=LG 트윈스, NC 다이노스 제공

 

이례적이다. 한 팀에서 동고동락했던 내부 FA(프리에이전트)를 놔두고, 같은 포지션의 외부 FA를 먼저 영입하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잠잠했던 FA 시장이 하루 새 2호와 3호 계약이 차례로 터지면서 불이 붙었다. 먼저 LG가 지난 14일 오전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FA 외야수 박해민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의 조건이었다. 같은 날 오후에는 NC에서 대형 계약 소식이 나왔다.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외야수 박건우를 6년 총액 10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54억원, 인센티브 6억원)의 조건에 FA로 영입한 것이다.

과거와 사뭇 다른 풍경이라 할 만하다. 통상적으로 스토브리그에서는 내부 FA를 먼저 눌러앉힌 뒤 외부 FA 시장에 참전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이번에 LG는 내부 FA 자원으로 김현수가 있다. 김현수의 주 포지션은 외야수로 박해민과 겹친다. 그럼에도 LG는 박해민을 먼저 잡았다. NC 역시 마찬가지로 'FA 최대어'로 꼽히는 나성범이라는 외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NC는 나성범과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며 박건우를 데리고 왔다. 나성범과 박건우의 주 포지션은 외야수 중에서도 우익수로 똑같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일단 이번 FA 시장에서 유독 외야 자원들이 많다. FA 자격 승인을 받은 선수는 총 14명. 그 중 외야수는 김현수와 나성범을 비롯해 김재환, 박건우, 박해민, 손아섭까지 6명에 달한다. 중량감도 상당하다. 나성범과 김재환, 박건우, 박해민은 A등급이며, 김현수와 손아섭은 B등급을 받았다. 모두가 어느 팀에 가도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따라서 설사 내부 FA를 놓치더라도, 같은 포지션의 대체 선수가 풍부한 셈이다.

여기에 현 FA 시장은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한화가 지난달 내부 FA 최재훈과 5년 총액 최대 54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33억원, 옵션 최대 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수비형 포수로 평가받는 최재훈에게 한화가 예상 외로 많은 돈을 안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LG는 박해민에게 총액 60억원을 투자했고, 박건우는 최형우(4년 100억원), 이대호(4년 150억원), 김현수(4년 115억원), 최정(6년 106억원), 양의지(4년 125억원)에 이어 역대 6번째로 'FA 100억 클럽'에 가입했다. 시장이 전체적으로 과열된 가운데, 타 구단들이 작심하고 참전할 경우 LG와 NC 모두 김현수와 나성범의 잔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나성범은 이미 KIA행 소문이 파다하다. 이 또한 LG와 NC가 나란히 내부 FA 대신 외부 FA와 먼저 계약한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제 FA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는 모두 11명. 포지션별로는 투수 1명, 포수와 내야수 각 3명, 외야수 4명이 남아 있다. 남은 스토브리그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 벌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FA 최대어'로 꼽히는 나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