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연속 KS→FA 8명 유출…김태형 감독은 또 외로워졌다
2021.12.16 15:37:12

김태형 감독과 박건우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을 이룩한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 하지만 매년 겨울은 외롭기만 하다. 황금기를 함께했던 선수들을 매년 떠나보내고 있기 때문. 벌써 8명 째다.

두산이 또 한 명의 FA를 떠나 보냈다. 박건우는 14일 NC 다이노스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두산을 떠나서 NC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박건우 입장에서는 잭팟. 하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또 뼈아픈 FA 선수 유출의 운명을 맞이해야 했다. 특히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부터 FA 선수 유출은 심화됐다. 최전성기에 다다른 선수들이 두산의 중흥기를 이끌었고 자연스럽게 FA 자격을 취득한 것.

시작은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2015년 우승을 차지한 뒤 FA 자격을 얻어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체결했고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쳐서 한국 무대로 돌아왔지만 LG와 4년 115억 원에 계약했다. 2016년에는 이원석이 삼성과 4년 27억 원 계약을 체결하고 떠났다. 이후 민병헌 4년 80억 원의 금액을 받고 롯데로 떠났다. 2018시즌이 끝나고는 김태형 감독의 페르소나와 같았던 양의지가 NC로 이적했다. 4년 125억 원이라는 초대형 금액이었다. 

2020시즌이 끝나고 두산은 작정한듯 돈을 풀었다. 허경민(4+3년 85억 원), 정수빈(6년 56억 원), 김재호(3년 25억 원), 유희관(1년 10억 원)에 잔류시켰지만 오재일(삼성 4년 50억 원), 최주환(SSG 4년 42억 원), 이용찬(NC 3+1년 27억 원)을 붙잡지 못했다. 붙잡은 선수가 4명인데 이탈한 선수도 무려 3명이었다.

전력 유지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산은 올해 역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올해 또 다시 FA 선수들이 나왔다. 박건우와 김재환. 현재 두산 전력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이 FA 자격을 얻었다. 시장에 100억 원의 금액이 쉽게 오가는 상황에서 지난해 14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 부은 두산이 올해도 시장에서 참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박건우와 머니 싸움이 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또 주력 선수를 떠나 보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개인 SNS 계정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현장 사령탑 중 한 명이다. 그는 박건우의 NC행 소식이 알려진 뒤 개인 SNS 계정을 활성화 했다. 박건우와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울 뺀질이 없음 심심해서 어떡하지”라면서 떠나는 제자를 향해 아쉬운 감정을 내비쳤다.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를 때로는 엄하게 길들이기도 했지만 신뢰가 쌓여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티격태격하며 사령탑과 선수의 관계를 뛰어넘는 친밀한 모습을 보여준 김태형 감독과 박건우다.

박건우 역시 NC와 계약 직후 올린 자필 편지에서 “김태형 감독님! 2군에 있던 저에게 기회를 주신 감독님, 너무 무서운 감독님이셨는데 오랜 시간 모시다 보니 너무 정이 들었네요. 끝까지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감독님의 온전한 믿음에 보답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움과 후회가 남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끝까지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감독님으로 꼭 남아 주십시오”라며 감사 인사와 애틋함을 전했다.

이제 두산은 박건우 대신 김재환 잡기에 총력전에 나섰다. 김재환 역시 현재 100억에 가까운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 두산이 과연 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재환 잔류 여부를 떠나서 올해 역시 김태형 감독은 제자를 떠나 보냈다. 매년 반복되는 주축 선수들의 유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대업을 이룬 김태형 감독이지만 벌써 8명의 선수를 떠나 보내야 했다. 김태형 감독의 겨울은 또 외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jhrae@osen.co.kr


김태형 감독과 박건우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