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는 팬심 역풍' 타이거즈 황태자, 그 위상이 흔들린다
2021.12.16 16:06:32

KIA 타이거즈 시절 양현종./OSEN DB


[OSEN=광주, 이선호 기자] 타이거즈 황태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 양현종(33)의 FA 협상이 예측 불허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KIA가 제안한 제안을 양현종측이 단숨에 뿌리치면서 상황이 꼬였다. 알고보니 제시액이 100억 원이 넘었다. 계약기간 4년, 보장액 50억 원 수준, 성적에 따른 옵션으로 50~60억 원 수준, 총액이 110억 원에 이른다는 추정보도까지 나왔다.  

양현종측이 거부하자 팬들을 중심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운하다"며 보장액을 높이려는 양현종측의 언론플레이에 팬심이 돌아선 것이다. 타이거즈 황태자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회초리성 역풍이었다. 양현종은 입단 이후 성적으로 위상을 끌어올렸고, 그때마다 최고의 대우와 혜택을 받아왔다.

2007년 타이거즈 입단해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2009년부터 붙박이 선발투수로 나서 12승, 2010년 16승을 따내는 등 윤석민에 뒤를 잇는 투수였다. 2014시즌 3년간의 부진과 부상을 딛고 16승(8패). ERA 4.25를 기록했다. 선배 윤석민이 볼티모어에 입단하자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때부터 타이거즈 황태자로 등극했다. 

양현종은 2014 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진출에 도전했다. 그러나 턱없이 낮은 응찰액이 나오자 구단이 진출을 불허했다. "에이스를 헐값에 보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마이너 계약이 뻔했던 양현종의 자존심을 지키는 조치였다. 대신 연봉 1억2000만 원에서 4억 원으로 올려주어 달랬다. 

2015시즌 15승6패, ERA 2.44(1위)를 기록하자 연봉은 7억5000만 원으로 급등했다. 2016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에이스의 이적을 막기위한 것이자 양현종에 대한 강렬한 애정 표현이었다. 양현종은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또 한번의 극진한 대우를 받았다. 

양현종은 2016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자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행을 선언했다. KIA는 양현종의 FA 자금을 최형우(100억 원)와 나지완(40억 원)을 잡는데 투입했다. 그런데 미국쪽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러브콜이 오지 않자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KIA는 황급하게 단년 FA 계약을 맺었다.


2017년 한국시리즈 MVP 양현종./OSEN DB


2017년 우승주역으로 리그 MVP와 한국시리즈 MVP자리에 올랐다. 야구인생의 정점을 찍었고 황태자 자리는 더욱 빛났다. 4년 연평균 15승과 18QS, 180이닝을 넘게 소화하는 에이스였다. 옵션까지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다만, 4년 동안 2점대 ERA는 2019년(2.29) 한 번 뿐이었고, 2020시즌은 11승, ERA 4.70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2020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이 때의 오락가락 행보가 또 입길에 올랐다. 미국행을 선언하고도 구단과 FA 협상까지 벌이더니 2월에야 마이너 계약을 통해 텍사스에 입단했다. 결국 KIA는 다른 FA를 잡지 못하고 양현종까지 놓치며 전력누출이 심각했고, 시즌 9위의 참담한 성적을 올렸다.  

미국으로 건너간 양현종은 부진했다. 메이저리그 경기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12경기에 출전해 3패, ERA 5.60에 그쳤다. 마이너리그 성적도 9경기 선발투수로 나서 1승도 없이 3패, ERA 5.60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값진 경험을 했지만 1년 만에 돌아오는 양현종을 보는 팬들의 눈은 싸늘했다. 

양현종은 구단 사무실에 귀국 인사차 들러 "KIA에서 뛰고싶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구단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투수"라며 환영했다. 양측간에 물밑 협상이 이어졌다. 구단은 능력급(옵션)에 비중을 더 두는 조건을 제시했다. 양현종은 일단 거부했고, 대략적인 제시 조건이 알려지며 오히려 팬심의 역풍을 맞고 있다. 프로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