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영입 포기' 한화, 내년 구자욱-한현희 데려올 자신 있나?
2021.12.16 19:24:36

구자욱-한현희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올 겨울에도 한화의 외부 FA 영입은 없다. 6년째 FA 빈손이 된 한화는 또 다시 다음을 기약했다. 

한화는 지난 15일 구단 SNS에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올렸다. 최근 FA 영입 여부를 둘러싼 구단 행보에 크게 실망한 팬들에게 사과하며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한화는 ‘FA와 관련해 결코 가볍게 접근하지 않았다’면서 ‘구단 육성 기조에 따른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함께해주신 여러분의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 

한화는 올 겨울 FA 시장의 구매자로 주목받았다. 1년 내내 외야수 부족으로 한계를 절감했고, 때마침 FA 시장에 A급 외야수들이 넘쳐났다. 구단에서도 FA 영입에 당연히 관심이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FA 의지가 외부로 전해졌고, 팬들의 기대감도 상승했다. 내부 FA 최재훈과 FA 1호 계약을 할 때만 해도 좋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외부 FA 영입은 또 없었다.

애드벌룬만 높이 띄운 채 변죽만 울린 꼴이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한화가 FA 영입을 안 할 줄 몰랐다”며 의아해한다. 한화는 여러 후보 중 박건우를 영입 대상으로 점찍고 주시했지만 예상보다 크게 과열된 FA 시장 분위기에 관망만 했다. 제대로 된 오퍼도 넣지 않은 채 박건우의 NC행을 지켜봐야 했다. 박건우는 지난 14일 NC와 6년 100억원에 계약했다. 

 

두산 박건우가 페르난데스의 안타 때 홈으로 슬라이딩하고 있다. 2021.05.26 /OSEN DB


박건우의 거취가 결정되면서 한화도 FA 시장에 완전히 발을 뺐다. 시장에 쓸 만한 FA 선수들이 꽤 남아있지만 여론 무마용 ‘패닉 바이’는 하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는 “팬 여러분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FA 영입은 없다. 젊은 선수 중심의 육성 기조를 이어가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패닉 바이는 조심해야 하지만 팀 리빌딩 기조를 이어가려 했다면 처음부터 명확하게 노선을 정해야 했다. FA 영입 가능성에 선을 긋고 팬들에게 타당성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는 게 옳았다. 어물쩍 시장을 바라만 보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으니 ‘FA 철수’라는 표현마저 민망하다. ‘FA 영입 포기’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로써 한화는 6년째 외부 FA 영입 없이 겨울을 지나게 됐다. 가장 최근 FA 영입은 2015년 시즌 후 영입한 투수 정우람과 심수창이다. 그 사이 삼성이 가장 많은 4명(우규민·이원석·강민호·오재일), LG가 3명(차우찬·김현수·박해민)을 영입했다. NC(양의지·박건우), 롯데(민병헌·안치홍)는 2명씩, KT(황재균), KIA(최형우), SSG(최주환)는 1명씩 데려왔다. 


경기 종료 후 한화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2021.09.11 /OSEN DB


외부 FA를 1명도 영입하지 않은 팀은 한화 외에 두산, 키움이 있다. 두 팀은 재정이 풍족하지 않지만 내부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반면 한화는 재정에 여유가 있는데 육성 체계는 자리잡히지 않았다. 두산이나 키움처럼 외부 FA 영입 없이도 잘 굴러가는 팀이 아니다. 

참다 참다 못한 팬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은 한화. 이 모든 일을 자초한 한화로선 내년 겨울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내년에 성적이 나든 그렇지 않든 FA 영입에 매달려야 할 상황이다. 내년 예비 FA 선수로는 투수 한현희(키움)와 외야수 구자욱(삼성)이 최대어다. 

예비 FA였던 투수 박종훈과 문승원이 5년 연장 계약으로 일찌감치 SSG에 잔류하면서 ‘투수 최대어’ 한현희의 가치가 높아졌다. 구자욱도 올해처럼 외야수 자원이 풍족하지 않아 경쟁이 붙으면 시장 가격이 크게 오를 전망. 2023년부터 샐러리캡 제도가 도입되지만 페이롤이 가장 낮은 한화는 다른 팀들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여건이다. 들불처럼 번진 팬심이 내년 겨울 한화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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