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등번호 달고 AG까지? "올해 일 한번 내볼게요"
2022.01.14 17:54:10

키움 이승호./사진=키움 히어로즈

 

"올해 일 한번 내볼게요"

키움 히어로즈 좌완 투수 이승호(23)가 올 시즌을 향한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승호는 올 시즌 등 번호를 33번에서 47번으로 변경했다. 등 번호 변경은 2018년 트레이드로 키움에 합류한 이후 처음이다. 4년 전에는 별다른 의미 없이 선배 유재신(35)의 번호를 이어받았지만, 이번에는 동료들의 조언도 받으면서 고심 끝에 골랐다. 그렇게 바꾼 47번은 멀리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입성자 톰 글래빈(56)부터 가깝게는 '야생마' 이상훈(51)까지 야구계에서는 좌완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다.

이승호는 12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47번이 괜찮다는 추천이 많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정말 잘해야 하는 해라고 생각해서 한번 바꿔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키움에 있어 이승호는 기대를 놓지 못하는 좌완 선발 후보다. 좌완이 귀한 팀 구성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2019년 보여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꾸준한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선발에 이어 2019 프리미어12 국가대표에도 승선했다. 2019년 5월 고척 LG전서 기록한 완봉승은 그 해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2019년 이후 계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해는 선발 로테이션에서도 빠져 38경기 평균자책점 5.51로 데뷔 시즌 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이에 대해 이승호는 "내가 그냥 못한 것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뭘 하든 잘 안 풀리는 느낌이었다"라고 짧게 답했다.

물론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지난 시즌부터 구속 향상과 제구를 잡기 위한 특훈을 했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이승호는 9이닝당 볼넷이 5.9개로 제구가 크게 나빠졌지만, 구속은 평균 시속 141.9㎞(최고 148㎞)로 2020시즌보다 2㎞가 증가했다.


키움 이승호(왼쪽)./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승호는 "자세히 설명은 못 하지만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 구속도 느린데 컨트롤까지 안 되다 보니 무엇이든 하나라도 잡자는 생각이었다. 덕분에 컨트롤은 아직이지만, 구속은 빨라졌다"면서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올해는 그 점을 메인으로 잡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연습 중"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키움 팀 동료와 코치진도 이승호의 부활을 힘껏 도왔다. 이승호는 "송신영(46) 코치님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정찬헌(32) 선배의 경우 내게 많은 얘기를 해주신다. (정)찬헌 선배가 해주신 말 중에서는 '나도 컨트롤이 좋은 투수가 아니다. 어느 공이든 스트라이크가 들어갈 확률이 50%만 되면 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올해 이승호의 성장은 소속팀 키움뿐 아니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한국 야구대표팀에도 관심사다. KBO는 이번 아시안게임부터 만 24세 이하로만 선수단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김재웅(24·키움), 김윤식(22·LG), 이의리(20·KIA), 김진욱(20·롯데) 외에 눈에 띄는 좌완이 없는 상황에서 국가대표팀 경험이 있는 이승호는 올해 성적에 따라 고려해볼 자원이다.

이승호는 "2019년에는 내게 너무 과분한 옷을 입지 않았나 생각했다. 지금도 아직은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국가대표팀은 항상 가고 싶은 곳이다. 이번에는 국가대표에 걸맞은 성적을 내서 충분한 신뢰를 얻어 꼭 가보고 싶다"고 열의를 보였다.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그동안 믿어준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승호는 "마음 같아서는 말보다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이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기대에 부응하려 정말 이때까지와는 다르게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결과가 잘 따라오든 아니든 올해 내 자신에게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2019년만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보다 더 잘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팬들을 향해서는 "올해도 코로나 19로 다들 걱정이 많으실텐데 힘내시고, 어디에 계시든 응원해주시면서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승호의 등 번호가 47번으로 변경됐다./사진=키움 히어로즈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