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서 내 번호 만들겠다" '호부지' 배번 물려받은 NC 10년차의 다짐.txt
2022.01.21 18:46:10

17일 스타뉴스와 인터뷰하는 윤형준. /사진=양정웅 기자

 

자신의 주 포지션에서 주전으로 뛰던 선수가 팀을 떠났다. 욕심이 생길 법도 하지만 윤형준(28·NC 다이너스)은 오히려 마음을 비우며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7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윤형준은 추운 날씨에도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강진성(29)이 FA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으며 비어 있는 1루수 주전 자리를 두고 온 힘을 쏟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윤형준의 생각은 달랐다.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은 솔직히 없다. 원래 내 자리였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대신 윤형준은 "기회를 주면 '저 선수는 해낼 수 있는 선수구나' 하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짧은 휴식 후 12월 초부터 곧바로 2022시즌 준비에 나섰다는 윤형준은 얼마 전부터 창원으로 내려와 평일에는 훈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부상이 없게끔 근력과 유연성 등을 길렀고, 1월부터는 기술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 두 달을 돌아본 그는 이날도 기술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고 설명했다.

윤형준은 2013 신인 4라운드(전체 31순위)에 NC에 지명된 후 2015년 말 2차 드래프트로 LG로 이적했다. 2020년 11월 트레이드를 통해 5년 만에 NC로 돌아온 그는 지난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군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 5홈런 10타점 OPS 0.821을 기록하며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능력을 증명한 한 해였다.


윤형준. /사진=NC

 

윤형준은 "작년처럼 오래 (1군에) 있으면서 경기를 뛰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여러 상황에서 경기에 나오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한 시즌을 돌아봤다. 이어 "점점 야구가 늘었고, 그러다 보니 동기부여가 생겨 성장하게 됐다"는 말도 이어갔다. 선발 출전은 적었지만 "대타나 가끔 선발로 나갈 때 최대한 인상 깊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군에 오래 있으면서 어려운 점은 있었을까. 윤형준은 "(경기에) 자주 안 나가니 외국인 투수를 만났을 때, 그리고 중요한 상황에서 투구 패턴이 다르게 바뀔 때가 어려웠다"면서 "오히려 쉽게 상대할 수 있는데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시즌이 진행될수록 편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 주전 1루수 경쟁에 나서야 하는 윤형준은 지난해 이동욱 NC 감독으로부터 수비에 대한 지적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안전하고 착실하게 한다고 생각했지만 감독님은 덤벙대는 것 같이 보여 불안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며 자평했다. 마무리캠프에서도 수비 보완에 힘을 쏟았다는 윤형준은 안정적인 포구를 목표로 했다. 이 감독 역시 "그렇게 하면 누구도 뭐라고 할 사람 없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수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윤형준은 "야수라면 수비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비를 해야 팀에 기여한다. 지명타자는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윤형준. /사진=NC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65홈런을 합작한 나성범(33·KIA 타이거즈)과 애런 알테어(31)가 팀을 떠나며 거포 갈증에 대한 우려가 생기고 있다. 두 선수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 꼽히는 윤형준은 "득점권에서 장타, 홈런이 나오게끔 생각하고 있다. 캠프 때부터 잘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등번호 28번을 달았던 윤형준은 과거 NC의 리더로 활약했던 '호부지' 이호준(46·현 LG) 코치의 27번을 물려받았다. "28번을 달고 싶어 하는 후배(이재용)가 있어 남는 번호를 달았다"고 말한 그는 "선수들이 지나가면서 '괜찮겠냐. 그 번호 좀 무거운 번호잖아'라고 이러더라. 난 가볍던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이호준 코치님처럼 했으면 좋겠다. 내가 잘하면 내 번호가 된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어느덧 프로 10년차. "잘할 시기가 됐다"고 단호하게 말한 윤형준은 "야구를 그만두는 날 기억에 남을 인상 깊은 시즌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작년 시즌 중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팬들이) 야구장에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시즌 끝날 때까지 멋진 응원 부탁드리고 저도 건강하게 부상 없이 준비 잘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