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로 방황하던 사나이, 이적→주전 2루수→첫 억대 연봉 ‘달라진 위상’
2022.01.28 11:53:58

두산 강승호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SK 시절 징계로 방황하던 사나이는 어떻게 한 팀의 주전 2루수를 꿰찬 뒤 억대 연봉까지 거머쥘 수 있었을까.

두산 베어스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2 주요 선수 연봉 계약 현황에 따르면 주전 2루수 강승호는 지난해 5000만원에서 무려 130% 인상된 1억1500만원에 새 계약을 완료했다. 팀 내 최고 인상률을 기록하며 2013년 프로 입단 후 9년만에 데뷔 첫 억대 연봉 반열에 올라섰다.

강승호는 2020년 12월 최주환(SSG)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북일고를 나와 2013 LG 1라운드 3순위 지명을 받은 그는 2018년 문광은과의 트레이드로 SSG의 전신인 SK 유니폼을 입은 뒤 3년만에 다시 잠실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시범경기 맹활약에도 개막 엔트리 승선은 이뤄질 수 없었다. SK 시절이었던 2019년 4월 음주운전으로 받은 KBO 90경기 출전정지 징계 중 26경기가 남아있었기 때문. 이로 인해 개막과 함께 한 달 동안 2군에서 개인훈련 및 잔류군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키워야 했다. 규정 상 퓨처스리그 경기도 출전도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복귀전은 화려했다. 4월 한 달간 4차례의 재활군 연습경기 출전이 전부였지만 5월 6일 친정 LG전에 선발 출전해 첫 타석부터 외국인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초구에 좌중월 대형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최주환이 떠나고 오재원으로는 역부족인 두산 2루의 새 주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것도 외부 투자가 아닌 보상선수로 말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초반 임팩트는 복귀전이 전부였다. 안정적인 수비와 달리 공격에서 약 2년간의 공백을 제대로 실감하며 9월 한 때 타율이 2할1푼3리까지 떨어졌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즌 내내 타율 2할대 초반을 꾸준히 유지했다. 이로 인해 루키 안재석에게 잠시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 MVP로 선정된 두산 강승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OSEN DB


강승호의 진가는 치열한 순위싸움이 전개된 10월부터 발휘됐다. 북일고 시절 은사였던 이정훈 타격코치와 함께 기술과 멘탈을 가다듬은 뒤 월간 타율 2할8푼1리의 반등 속 팀의 정규시즌 4위에 힘을 보탰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타율 3할7푼5리, 플레이오프 타율 6할2푼5리 맹타로 두산의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 데일리 MVP는 그의 차지였다.

대기만성 시즌을 치른 강승호는 올해도 두산의 주전 2루수를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해 이미 수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고, 아마추어 시절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타격마저 시즌 막바지 감을 찾으며 올해 공수에서 모두 활약이 예상된다.

또한 강승호는 지난 16일 결혼에 골인하며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KBO 레전드들은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를 꼽는다. 강승호는 “힘든 시기 옆에서 큰 힘이 돼 줘서 고맙다. 앞으로 열심히 야구해 아내에게 멋진 남편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과거 음주운전 징계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미래가 암울했던 강승호. 그러나 두산 이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은 뒤 끊임없는 연습과 반성을 통해 스스로 주전 2루수의 자격을 입증했다. 그리고 억대 연봉이라는 값진 보상이 찾아왔다. 징계로 방황하던 사나이의 대반전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