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부딪친 KBO 6강 PO 확대안, 1위 어드밴티지 묘수 찾을까?
2022.01.29 1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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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 KBO의 포스트시즌 확대안이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KBO는 지난 26일 핵심 추진 사업을 발표하며 포스트시즌 참가팀 확대, 경기 운영 방식 변화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빠르면 올 시즌부터 적용할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현장과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대체적으로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현장에선 확대 방안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갑작스런 제도 변경 가능성에 당혹스러워한다. 기본적으로 10개 팀 단일리그에서 절반이 넘는 6개 팀이나 진출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야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한 KBO의 고민은 이해할 만하다. 포스트시즌 참가 팀 확대는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다. 6위도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다면 시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들이 늘어난다. 양쪽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2개의 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포스트시즌 경기수도 증가한다. 팬들의 관심도를 크게 높여 가을야구의 잔치를 보다 풍성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델을 이상적으로 구현할 방법이 문제다. KBO가 고심 중인 KBL(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는 4~5위, 3~6위 승자가 1~2위 팀과 맞붙어 챔프전 진출 팀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규시즌 막판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질 경우 눈치 보기 속에 리그 분위기가 느슨해질 우려가 있다. 굳이 1위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3~6위 차이가 크지 않다면 가을야구를 대비해 힘을 빼는 팀들이 속출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 흥행을 위해 정규시즌을 죽이는 꼴이다. 

지난해 KBO리그는 사상 첫 1위 타이브레이커 게임으로 화제가 됐다. 정규리그 우승을 놓고 KT와 삼성이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우승팀 KT는 108구를 던진 뒤 이틀 쉬고 나온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7이닝 99구 무실점 투혼으로 마지막에 웃었다. 6강 플레이오프 시스템이라면 타이브레이커 게임에서 전력을 다할 이유가 없다. 

 

[OSEN=대구, 지형준 기자]KT 선수단이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기뻐하고 있다. 2021.10.31 /jpnews@osen.co.kr



현행 계단식 토너먼트에서 1위가 너무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양대리그(1999~2000년)를 제외한 단일리그 체제에서 정규리그 1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83.8%(31번 중 26번)에 달한다. 

너무 뻔한 가을야구로 흥행이 반감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변이 너무 자주 일어나면 자칫 정규시즌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상위팀에 혜택을 주는 어드밴티지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처럼 상위팀에 1승 어드밴티지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KBL 6강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순위별 차등 혜택을 주는 새로운 모델도 고민해야 한다. 

포스트시즌 참가 팀 확대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추진 중인 사안이다. 새로운 노사 협약을 놓고 갈등 중인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10개에서 14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에도 메이저리그는 여론 반발 속에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를 도입, 포스트시즌 진출 팀을 8개에서 10개로 확대한 뒤 흥행 대박을 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사건사고와 도쿄올림픽 노메달로 위기를 맞은 한국 야구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 다만 급진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변화는 반발을 피할 수 없다. KBO가 포스트시즌을 확대한다면 정규시즌의 의미를 퇴색하지 않는 선에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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