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축구교실 다니던 소년, 20년 후 No.1 유격수로…한화 비FA 연봉킹
2022.01.30 14:11:04

한화 하주석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한화 캡틴 유격수 하주석(28)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차범근 축구교실을 다녔다. 주말마다 취미로 하던 축구였지만 공격수로 활약하며 타고난 운동 신경을 뽐냈다. 아버지가 복싱과 럭비, 어머니가 핸드볼을 한 운동 가족인 하주석을 주변에서 가만둘 리 없었다. 옆 반 선생님이 초등학교 야구 감독인 남편에게 테스트를 추천하면서 하주석은 축구 대신 야구의 길로 접어들었다. 

하주석은 지난해 웬만한 축구 선수 못지않은 활동량을 보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파격 시프트 중심으로 내외야 가리지 않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움직였다. 타자가 바뀔 때마다, 볼카운트에 따라 공 하나 던질 때마다 위치를 계속 옮겼다. 내야를 벗어나 우측과 좌측 외야까지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긴 거리도 커버 가능한 하주석의 강한 어깨와 축구 선수급 활동량이 아니었다면 한화의 수비 시프트는 자리잡을 수 없었다. 

이런 기여도를 인정받아 올해 연봉도 2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억3500만원에서 6590만원(48.81%) 오른 2억9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FA 계약 선수 정우람과 최재훈을 제외한 한화 비FA 선수 중 최고 연봉자가 됐다. 

하주석은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다. 시프트를 하면서 이동 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축구 선수처럼 이동거리를 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웃은 뒤 “수베로 감독님과 조성환 코치님께서 그만큼 저를 믿고 맡겨주신 부분이라 힘들어도 힘든 척하지 않으려고 했다. 감독님이 한 번씩 지명타자로 체력을 세이브시켜주셔서 충분히 할 만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는 “그동안 한국에서 이렇게 파격적인 시프트는 없었다. 처음 시도할 때는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어쩔 때는 이게 진짜로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 코치님과 서로 의심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고 있다. 2021.09.10 /OSEN DB


하주석의 활동량은 수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3번 중심 타순을 맡아 홈런 10개를 치고, 도루도 23개 성공했다. 10홈런-20도루 이상 기록한 역대 8명뿐인 유격수 중 한 명으로 한화 구단에선 최초였다. 하주석은 “감독님이 공격적인 주루를 원하셔서 더욱 적극적으로 뛰었다. 도루를 하면서 다리가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작년에 첫 20도루를 했고, 올해는 더 많은 도루를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 2019년 개막 5경기 만에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된 하주석은 1년간 긴 재활을 했다. 2020년에는 허벅지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절반밖에 뛰지 못했다. 하체 부상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에서 하주석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건강함을 증명했다. 

그는 “십자인대를 다친 후 처음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매년 부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에 부상 없이 마쳤다는 점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기술적으로도 단점을 보완했고, 시즌 중 주장을 맡아 팀 전체를 보면서 책임감도 느꼈다”며 “저를 롤모델로 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맙기도 하고, 야구장에서 절대 안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조니 워싱턴 타격코치를 만나 개인 한 시즌 최다 볼넷(51개) 출루율(.346)을 기록한 하주석은 “‘가운데 공만 쳐라’는 것이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루틴도 다시 만들고 방향성을 제시해주셨다”며 “워싱턴 코치님이 미국으로 갔지만 작년부터 같이 한 김남형 코치님도 있어 문제없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긴 했지만 저처럼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타자들에겐 나쁠 게 없다. 캠프에서 잘 적응해 준비하겠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

 

한화 하주석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