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펜스까지 받아치다니” 5년 전, ‘19세’ 이정후의 천재성이 빛난 장면.txt
2022.01.30 18:21:54


[OSEN=한용섭 기자] KBO리그에서 3년을 뛴 LG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키움 히어로즈의 이정후(24)를 손꼽았다. 그는 “이정후는 삼진을 잘 당하지 않고, 모든 구종을 칠 수 있는 타자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의 아들로 프로 데뷔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이정후는 2017년 KBO리그 데뷔 첫 해부터 야구 천재 DNA를 보여줬다. 2017년 5월 30일, 잠실 넥센-LG전이었다.

마운드의 투수는 포수의 사인에 두세번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 사인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였다. 회심의 결정구를 던졌는데, 딱 소리와 함께 고개를 왼쪽 뒤로 돌려 쳐다봐야 했다. 우측 펜스까지 날아가는 2루타.

이후에 만난 그 투수는 이정후에 대해 고개를 흔들었다. “잘 친다고 하는데, 고교를 갓 졸업한 타자 아닌가. 솔직히 프로 무대의 제대로 된 변화구는 칠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커브를 제대로 받쳐놓고 펜스까지 치더라”고 껄껄 웃으며 인정했다.

그의 커브 구종 가치는 당시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었다. 커브로 프로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려고 했다가, 보기 좋게 얻어맞았다. 포수로부터 ‘사인 거부하더니 잘 얻어맞았다’고 놀림을 당했다.

운 좋게 얻어 걸렸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당시 현장에서 2루타를 본 기자는 운 보다는 이정후의 타격 재능을 보여준 장면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졸 신인으로 프로 선배 투수들을 두 달 경험한 이정후의 당시 타율은 3할4푼대였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KBO 역대 신인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달성했다. 신기록 158안타 기념구를 들고 있는 이정후. /OSEN DB


이정후의 타격 천재성은 지난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와의 승부였다.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이정후는 야마모토 상대로 3구삼진을 당한 경험이 있다. 야마모토의 포크볼에 헛스윙 삼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야마모토 상대로 복수전을 다짐했던 이정후는 한국전 선발 투수로 나온 야마모토 상대로 2루타, 단타를 때려냈다. 특히 야마모토의 주무기 140km대 포크볼을 받아쳐 시원한 안타를 만들었다. 첫 대결 삼진을 2년 만에 만나서 안타로 되갚았다.

(야마모토는 2021년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 206탈삼진, 승률 7할8푼3리를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MVP, 최고의 선발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을 수상했다)

이정후의 타격 재능은 2017년 프로 입단 첫 해부터 5년차인 지난해까지 매 시즌 타율 3할3푼 이상을 유지했다. 2017년 데뷔 시즌에 144경기 전 경기 출장하며 타율 3할2푼4리 111득점 OPS .812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야구 DNA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년차에 타율 3할5푼5리로 소피모어 징크스를 몰랐고, 5년차에는 첫 타격왕(.360)을 차지했다.

벌써부터 이정후는 미국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매체 팬그래프닷컴은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있는 해외 유망주 랭킹을 꼽았다. 이정후는 일본의 주요 타자들까지 제치고 해외 유망주 야수 중에서 당당하게 1위로 평가 받았다.

또 요미우리 1군 타격코치를 2021시즌을 마친 김기태 전 KIA 감독은 "일본 구단들이 이정후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정후의 놀라운 성적은 연차별 최고 연봉으로 되돌아왔다. 이정후는 2018년(1억 1000만 원), 2019년(2억 3000만 원), 2020년(3억 9000만 원) 각각 2·3·4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세웠다.

2021년에는 연봉 5억 5000만 원을 받으며 김하성이 갖고 있던 5년차 최고 연봉 기록(2018년 3억 2000만 원)도 경신했다. 올해 연봉은 7억 5000만 원, 2011년 류현진의 6년차 기록(4억 원)을 11년 만에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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