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쪽 위협구? 형 다쳐요” 적이 된 100억 사나이, 어떻게 승부할까?
2022.01.31 20:10:31

 

두산 곽빈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몸쪽 위협구를 자주 던져 피하고 싶다.”

6년 총액 100억원에 두산에서 NC로 둥지를 옮긴 박건우는 지난 26일 비대면으로 개최된 NC 입단식에서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두산 투수와 반대로 피하고 싶은 투수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다.

박건우는 “가장 붙고 싶은 상대는 최원준이다. 원준이가 농담 섞어 ‘꼭 삼진 잡겠다’고 했는데 결과는 나와봐야 한다”며 “몸쪽 위협구를 자주 던지는 곽빈과의 대결은 피하고 싶다”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당사자인 곽빈은 박건우의 비대면 입단식을 기사로 접했다. 당연히 피하고 싶은 투수로 자신을 언급한 것도 확인했다. 두산에서 각별하게 지냈던 형을 적으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고, 어떤 플랜을 세워야할까.

곽빈은 최근 OSEN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박)건우 형이 두산에 있을 때 워낙 잘 챙겨주셨다”며 “형은 KBO를 대표하는 타자라 신중하게 승부할 계획이다. 몸쪽 승부는 안할 것이다. 그러면 형이 다친다”고 말하며 웃었다.

2018 1차 지명 이후 수술로 2시즌을 통째로 쉰 곽빈은 지난해 마침내 알을 깨고 나와 21경기 4승 7패 평균자책점 4.10을 남겼다. 3승 1패 평균자책점 2.60의 환상적인 9월을 보내며 팀의 극적인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한 축을 맡아 강속구를 대담하게 뿌렸다.

곽빈은 “내 자신이 너무 잘 버텨줘서 고마웠다. 오랜만에 나와 1군에서 계속 선발을 맡을 수 있어 좋았다”며 “포스트시즌 역시 그렇게 많이 나갈 줄 예상을 못했는데 감독님이 날 믿고 써주신 덕분이다. 감사하다”고 한해를 되돌아봤다.

 

두산 곽빈 / OSEN DB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꼽았다. 동갑내기 절친 안우진(키움)과의 선발 맞대결이 아직도 생생하다.

곽빈은 “안우진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다”라고 소개하며 “사실 정규시즌 때도 만나본 적이 없는데 큰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쳐 반가웠다. 서로 경기 전에 잘해보자고 연락도 했다. 경쟁심이 있어서 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되돌아봤다.

곽빈은 더욱 안정적인 선발로 거듭나기 위해 스프링캠프서 제구를 가다듬을 계획이다. 그는 “제구를 먼저 잡는 게 맞다”며 “그 동안 (제구가 잡히지 않아) 야수 형들에게 항상 미안했는데 이제는 내 구위를 믿고 과감한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 제구가 해결되면 이닝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바라봤다.

구체적인 목표도 잡았다. 작년 98⅔이닝을 책임진 곽빈은 “올해 120이닝을 넘겨보고 싶다.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작년보다 더 많은 승수를 따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데뷔 첫 10승에 대해선 “아직 내가 10승 투수라는 생각은 안 한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오랜 시간 자신을 기다려준 두산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곽빈은 “작년에 다시 1군으로 돌아왔는데 팬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성적을 내볼 테니 끝까지 응원 부탁드린다. 팬들과 같이 좋게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