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려던 순간, 의지형이…" 미지명→트레이드→FA 대박, 최재훈 인생 역전
2022.02.02 19:15:30

한화 최재훈 /OSEN DB


[OSEN=거제, 이상학 기자] 지난겨울 5년 최대 54억원 FA 대박을 터뜨린 한화 포수 최재훈(33). 지금 현재 한화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몸이다. 이제 팀에 없어선 안 될 대체 불가 선수이지만 그에게도 드래프트 낙방의 시련과 백업의 설움을 느끼던 시절이 있었다. 

거제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재훈은 “FA를 신청한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구단에서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줘 큰 영광이다. 트레이드로 한화에 오면서 큰 기회를 받았다. 야구를 하고 싶었던 내겐 그보다 더 큰 것은 없었다. 어디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에이전트 대표님에게도 한화에 남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최재훈는 지난해 11월 FA 개장 이틀 만에 한화와 1호 계약을 맺었다. 

최재훈의 인생 터닝 포인트는 지난 2017년 4월17일 성사된 신성현과의 트레이드다. 두산에서 양의지(NC)의 가려 출전에 목말랐던 최재훈에게 한화는 기회의 땅이었다. 오랜 기간 젊은 포수난에 시달린 한화도 최재훈이 온 뒤 안방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최재훈은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FA는 생각도 못했다. 그때는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두산에서 몇 년을 백업으로 지내면서 힘든 시기가 많았다”고 떠올렸다. 


2008년 두산 육성선수 시절 최재훈 /OSEN DB


덕수고를 졸업한 지난 2008년 최재훈은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고교 시절 강견을 인정받았으나 178cm 작은 키로 인해 드래프트에서 외면을 받았다. 그는 “처음 들어올 때 육성선수 신분이다 보니 돈(계약금) 받고 들어온 선수들과 비교해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야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프로의 세계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며 “다른 사람들이 육성선수라고 깔보지 않게 열심히 했다. 누구든 이긴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했다”고 말했다. 

육성선수로 밑바닥에서 경쟁을 뚫고 1군에 올라왔지만 그곳에는 양의지라는 높은 산이 있었다. 아무리 잘해도 주전을 넘보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최재훈의 흔들리던 마음을 붙잡아준 사람도 바로 양의지였다. 

“의지형은 제게 엄마 같은 존재다. 어디서든 항상 저를 챙겨줬다. 밥도 먹여주고, 조언도 해주셨다. 부상으로 힘들어서 ‘내가 이 정도구나’라며 야구를 포기하려 할 때도 옆에서 붙잡아줬다. 의지형이 안 잡아줬으면 포기했을 것이다. FA 계약을 한 뒤에도 의지형 연락이 왔다. ‘네가 잘 돼 형이 정말 뿌듯하다’고 하면서도 ‘FA 계약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받는 만큼 무게를 잘 견뎌야 한다’는 얘기도 해줬다. 의지형 말대로 나태해지지 않겠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 최재훈의 말. 


양의지-최재훈 /OSEN DB


양의지에게 받은 것처럼 최재훈도 후배에게 베푸는 존재가 되려 한다. 10살 차이 나는 4년차 후배 포수 허관회가 유독 그를 잘 따르는 만큼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1군 캠프에서 보냈던 허관회는 올해 2군에서 캠프를 시작한다. 실의에 빠져있을 후배에게 최재훈은 “약한 마음 갖지 마라. 1군이든 2군이든 네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면 기회는 온다. 스스로 너를 잡아먹으려 하지 마라. 네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뻔뻔해져야 한다”는 진심을 전해줬다. 

최재훈은 “우리 팀에는 저뿐만 아니라 (이)해창이형, (백)용환이, (박)상언이, 새로 들어온 (허)인서까지 좋은 포수들가 많다. 저 역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 팀이 강해지려면 어린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키워 주축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한화에 온 뒤 5년간 매 시즌 꾸준히 제 몫을 한 최재훈이지만 팀 성적 부진은 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는 “FA 계약 후 한화 팬분들께서 정말 많은 응원과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성적으로 꼭 보답을 해드리고 싶다”며 “팀이 더 이상 얕보이지 않게 선수들과 하나로 잘 뭉쳐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한화 최재훈이 거제 캠프에서 웨이트 훈련을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