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변하면 달라질 것"... 이학주 향한 '마법의 주문' 될까?
2022.02.09 09:34:26

 

[OSEN=김해, 민경훈 기자]롯데로 팀을 옮긴 이학주가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2.03 /rumi@osen.co.kr



[OSEN=조형래 기자] “환경이 변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분위기 전환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KBO리그에서 트레이드가 벌어지게 되면, 선수를 내준 팀이든, 받은 팀이든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구단 관계자들의 단골 코멘트다. 특히 잠재력을 갖췄고 실전에서 성과도 보여줬지만 이를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 채 방황하거나 침체기를 걷고 있는 선수들을 향한 말이었다. 전과 다른 환경에서 분위기 쇄신을 하면 선수가 절치부심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레이드 당사자 구단들의 실제 속내는 다르지만 선수의 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 뉘앙스가 담긴 말이다.

롯데와 삼성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루머로만 떠돌던 내야수 이학주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현재 '환경 변화'라는 키워드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가 바로 이학주라고 볼 수 있다.

이학주는 해외 유턴파 유망주 유격수로서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을 받았고 데뷔 시즌 유격수 자리에서 화려한 수비와 발전 가능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실전 공백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데뷔 시즌이었다. 메이저리그 유격수 자리를 노크하던 재능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2019년 이후가 문제였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고 몸관리에 실패했다. 훈련 태도 논란이 뒤따랐고 불성실하다는 낙인이 찍혔고 트레이드 대상자가 됐다.

그렇다고 결단이 쉬운건 아니었다. 이학주를 전력에서 배제했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유격수 자리가 공고한 것도 아니었다. 일종의 보험으로 이학주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지만 더 이상 품고 있지 않았다. 이학주를 외면했던 삼성 허삼영 감독은 그래도 “이학주가 롯데로 이적해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마지막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환경의 변화가 잠시나마 지도했던 선수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한 것.

롯데는 유격수가 필요했다. 지난 2년 간 활약한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를 포기했다. 사직구장 외야 확장과 토종 유격수 육성이라는 방향성이 명분이었다. 배성근, 김민수라는 젊고 가능성이 충분한 유격수를 육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한 시즌을 맡길 수 있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의구심은 롯데 프런트를 움직이게 했다. 결국 2차 3라운드 지명권과 유망주 투수 최하늘을 카드로 썼다. 풀타임 유격수 경력이 있고 재능 있는 선수를 데려왔지만 최근의 부진과 태도에서 불거진 문제 역시 롯데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였다.

롯데는 “누구에게나 두 번째 기회는 있다”라며 이학주의 지난 논란들을 보듬으려고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사령탑부터 수석코치, 주장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 모두 이학주의 새출발을 응원하며 기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의 논란을 잊고 편견을 걷어내고 선수를 평가하겠다는 기준점을 마련했다. 이학주가 새출발을 확실히 할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는 셈이다.

문규현 수석코치는 “낯가림이 심해서 한마디 말을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낯가림 역시 내 책임이다. 보이지 않는 벽을 깨뜨리는 것도 나의 역할이다”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모른다. 그저 그라운드에서의 실력만 볼 것이다. 재능은 있는 선수다. 우리 팀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라며 오로지 이학주의 훈련 모습만 평가 하겠다고 못 박았다.

 

[OSEN=김해, 민경훈 기자]롯데로 팀을 옮긴 이학주가 훈련을 하고 있다. 2022.02.03 /rumi@osen.co.kr



래리 서튼 감독은 트레이드의 순기능을 믿는다. 그는 “트레이드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배우고 더 좋은 남자, 남편이 될 수 있다, 그동안과 달리 경기를 보는 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라면서 “물론 기회를 잡느냐, 포기하느냐는 선수의 몫이다. 이학주는 웃으면서 밝게 훈련했고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며 집중했고 열심히 훈련했다”라며 캠프 초기의 모습을 평가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때 태평양을 건너가 프로 커리어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 문화와 환경이 더 익숙할 수 있다. 래리 서튼 감독을 비롯해 라이언 롱 타격코치 등 다수의 외국인 코칭스태프가 이학주를 더 잘 관리하고 편하게 할 수 있다.

국내 코치진 가운데서도 1군 타격 및 외야 수비 보조 코치인 나경민 코치가 과거 이학주와 함께 미국에서 눈물 젖은 빵을 함께 먹기도 했다. 그나마 익숙한 환경에 친한 인물들까지. 심적으로 안정을 찾고 이전과 다른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충분하다.

이제 이학주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일단 현재의 이학주는 절치부심하며 달라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하고 마지막 팀이라는 각오로 선수들과 융화돼서 피땀을 흘리겠다”라는 환골탈태의 각오를 내비쳤다. 정말 이학주는 달라진 환경에서 자신의 펼치지 못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