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황대헌, 리스펙트"…태세 전환 중국의 꿍꿍이는?
2022.02.10 15:53:28

[관영 언론과 주한대사관 통해 최근 논란들 해명과 찬사 병행…한중관계 악화 차단 의도]
 

황대헌 금메달 획득 소식을 알리는 관영 글로벌타임스 온라인 페이지. 올림픽 코어 중앙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황대헌과 '존경'이라는 단어를 노출했다.

 

중국 관영 언론이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 황대헌이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자 그에 대해 찬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계 올림픽에서 한중 사이 혐오감이 극단으로 치닫는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0일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틀 전 사건과 달리 황대헌은 논란의 여지 없이 진짜 실력을 보여줬다며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틀 전 사건은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조 1위로 통과하고도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 처리된 것을 말한다. 황대헌은 그러나 충격을 딛고 이틀 뒤인 9일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글로벌타임스는 "분석가들은 한국 팀이 후반에 다른 팀을 추월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선두로 치고 나가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쇼트트랙은 매우 위험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안전 규정이 강화됐다고 했다. 2018년 이후 국제빙상연맹(ISU)이 규칙을 조정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강화된 규칙이 고성능 카메라와 함께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팀의 연이은 탈락이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해명을 한 것이다.

중국팀의 금메달 획득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제동 없이 치닫는 혐중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기사 제목이 이를 말해준다.

기사 배치에도 신경을 썼다. 메인 페이지(신문으로 말하면 1면) 바로 아래 올림픽 코너 정 가운데 태극기를 휘날리는 황대헌 사진을 싣고 제목에도 '존경'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노출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행보 역시 주의깊게 볼 부분이다. 중국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의 자료를 내고 "주한 중국대사관을 대표해 싱하이밍 대사의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황대헌과 한국팀에 전한다"고 밝혔다.

중국대사관은 개막식 한복 논란과 쇼트트랙 판정 논란에 적극 대응해왔다. 한복 논란 때는 "중국 조선족과 한반도 남북 양측은 같은 혈통을 가졌으며 복식을 포함한 공통의 전통문화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전통문화는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쇼트트랙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반중 정서를 부추기긴 데 대해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중한 국민간 우호적 감정은 양국 공동의 귀중한 재산이므로 절대로 어떤 정서적인 언행으로 인해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관영 언론과 대사관이 공격적인 여론에 대한 방어와 해명, 격려 등을 병행하는 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입장이나 다름 없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중 관계 악화를 막아보려는 중국 정부의 시도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의 중국에 대한 무역, 정치, 외교적 파상 공세에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마저 놓칠 수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판단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정학적 완충지대로서의 한반도 중요성과 더불어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압박 속에 한국과 관계 악화는 중국 산업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최근 1~2년 사이 중국 지도부 사이에 한국이 매우 중요한 나라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며 "한국인들의 혐중 감정이 고조될수록 한국 정치 지도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중국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