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배 보고 충격" 방출→현역 복무→재입단, 야구에 진심 24세 투수의 고백
2022.02.11 09:42:10

한화 김기탁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현진이형이랑 같이 제주도 갈래?”

한화 좌완 투수 김기탁(24)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기간 팀 선배 투수 장민재로부터 제안을 하나 받았다.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과 비시즌 합동 훈련이었다. 장민재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현진이형한테 얘기를 해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기탁은 “해주시면 영광이죠”라고 답하면서도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날 오후 류현진이 곧바로 수락했다. 김기탁은 “류현진 선배님과 인연이 전혀 없어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재형의 말씀만으로도 감사했는데 ‘현진이형이 오케이 하셨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듣고나선 당황했다. 믿기지 않았다. 김포공항에서 선배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어안이 벙벙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류현진은 한화 시절 인연을 맺은 후배 투수 장민재, 이태양(SSG)과 매년 겨울마다 합동 훈련을 한다. 지난해까지 함께한 김진영이 은퇴하면서 새로운 멤버를 찾았고, 장민재는 김기탁을 떠올렸다. “평소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진지한 친구라 현진이형에게 추천했다. 현진이형도 운동에 진심인 선수를 원한다”고 그를 데려가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기탁은 “민재형과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서 사적으로 친하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류현진과 2주가량 함께 훈련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김기탁은 “비시즌에 훈련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동안 맹목적으로 열심히 하기만 했었는데 류현진 선배님을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배웠다”며 “선배님은 운동할 때 순간적인 집중력이 엄청나다.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안다. 짧은 시간에도 에너지 소비가 엄청 크다. 체계적인 훈련 방식이 신선했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운동에 진심인 김기탁에게 류현진의 효율적인 훈련 방식은 신세계였다. 2주가량 짧은 시간이었지만 류현진의 보강 운동과 트레이닝을 통해 몸 관리 하는 방법을 배웠다. 기술적인 조언을 받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류현진이 먼저 “이 부분은 좋다”, “이건 이렇게 해봐”, “캐치볼 할 때도 타깃을 설정해 놓고 던져보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주의 시간이 조금 짧게 느껴졌지만 김기탁의 행운은 2월에도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장기화로 미국 출국 일정이 늦춰진 류현진이 한화 거제 스프링캠프에 합류, 일주일 만에 재회하게 된 것이다. 김기탁은 “제주도에서 못 여쭤본 것을 지금 같이 운동하면서 편하게 배워보려 한다”며 반색했다. 


한화 김기탁 /OSEN DB


김해고 출신 좌완 김기탁은 2017년 2차 8라운드 전체 75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롯데 투수 출신 김경환 전 김해고 감독의 아들로 야구인 2세다. 그러나 입단 1년 만에 방출된 뒤 강원도 고성 22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군복무를 했다. 전역 후 테스트를 통해 한화에 재입단하는 우여곡절 끝에 2020년 9월 1군에 데뷔했다. 지난해에는 1군 19경기에서 4홀드를 따내며 평균자책점 5.84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0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2.92로 한화 불펜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을 142km로 끌어올린 김기탁은 “원래 볼 스피드가 굉장히 느린 선수였다. 군대를 다녀온 뒤 체중과 근육량이 붙으면서 구속도 빨라진 것 같다. 2020년에는 구속을 유지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1군에 올라와서 코치님들의 트레이닝 방식이 잘 접목됐는지 끝까지 유지됐다. 호세 로사도 코치님도 ‘자신있게 붙는 투구 스타일이 좋다’고 말해주셔서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힘을 얻었다”고 돌아봤다. 

다만 우타자(.231)에 비해 좌타자(.324) 상대 피안타율이 1할 가까이 높은 점은 보완해야 할 과제. 그는 “좌타자 상대로 던지는 공이 한정돼 있었다. 한두 경기는 통했을지 몰라도 한 번씩 상대해본 뒤로는 통하지 않았다”며 “로사도 코치님이 볼 때 좌타자가 어려워 할 공이 있는데 잘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구종 추가보다 그 부분을 개선하려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김기탁은 “지난해 전반기까지 2군에 머물렀다. 후반기 1군에 올라왔지만 어느 정도 순위 싸움이 결정된 후 기회를 받았다. 팀 성적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경험을 발판 삼아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지난해 19경기를 나갔는데 올해는 40경기 이상 나갔으면 좋겠다. 좌타자 상대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고, 이닝도 많이 소화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제주도에서부터 함께한 류현진도 “기탁이가 성실하게 잘 준비했다”며 그의 성공을 보증했다. /waw@osen.co.kr

 

한화 김기탁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