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울었다" 좌절하던 유망주, 정우람 전화 한 통에 시작된 변화.txt
2022.02.24 03:17:49

한화 김이환이 거제 스프링캠프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2022.02.03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우완 투수 김이환(22)은 지난 2019년 데뷔 첫 해 11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이 빠르진 않지만 100km대 느린 커브로 완급 조절할 만큼 배짱 두둑한 투구로 존재를 알렸다. 

한화 마운드를 이끌어갈 선발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2~3년차 시즌은 성장통의 연속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1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7.62로 부진했다. 직구 평균 구속을 140km로 끌어올렸지만 밸런스를 잃으면서 장점인 제구력이 흔들렸다. 김이환은 “어느 순간 공을 던지는 감각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제구 난조로 투구하기 어려웠다. 많이 울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막판 상무야구단에 지원하며 1차 서류 통과는 했지만 최종 합격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군입대를 기대하며 가족들과 제주도에서 여행하고 있던 김이환은 낙담했다. 그때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자는 팀 최고참 선수 정우람(37). 15살 차이가 나는 대선배는 “겨울에 제주도 가서 같이 훈련을 하자”고 제안했다. 정우람이 SK 시절 인연을 쌓았던 ‘빅리거’ 김광현도 같이 훈련한다는 말에 김이환은 바로 “좋습니다.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흔치 않은 기회라 바로 잡았다. 김광현 선배님과 캐치볼도 같이 했고, 야구를 대하는 성격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정우람 선배님도 옆에서 계속 볼 좋고, 투구폼도 좋아졌다고 칭찬하셔서 자신감을 얻었다. 정우람 선배님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다. 든든한 선배님이시다”는 게 김이환의 말이다. 

두 사람은 나이 차이도 크고,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다. 접점이 크지 않지만 정우람은 신인 때부터 김이환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지난해에는 라커룸 옆 자리를 쓰며 선후배의 정을 쌓았고, 겨우내 비활동 기간에도 함께했다. 정우람은 김이환 외에 김기중, 임준섭까지 3명의 후배들을 제주도로 데려가 2주간 숙식비를 자비로 지원했다. 물심양면으로 후배들을 도우며 팀의 성장도 기대했다. 


한화 정우람 /OSEN DB


정우람 캠프 효과는 확실했다. 몸을 잘 만들어 거제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김이환은 불펜에서 날카로운 공을 뿌렸다. 우타자 몸쪽으로 살짝 휘는 공이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눈을 사로잡았다. 로사도 코치는 4~5선발 후보로 김기중, 남지민과 함께 김이환을 지목했다. 김이환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는 아예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올해 1군 캠프도 못 올 줄 알았다.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 이름이 있어 놀랐다. 코치님이 선발 후보로 언급해주신 것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며 놀라워했다. 

정우람의 조언으로 투구시 왼팔로 타깃 잡는 연습을 해온 김이환은 원래 장점이었던 커맨드도 회복 중이다. 캠프 기간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는 훈련 프로그램에서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22일 첫 자체 청백전에도 선발로 나서 7타자 상대로 삼진 3개를 잡으며 스타트를 잘 끊었다. 

김이환은 곧 이름도 바꾼다. 어머니의 권유로 개명 절차를 밟았고, 조만간 새 이름으로 새 시즌을 맞이한다. 그는 “야구를 잘하고 싶어서 바꾸게 됐다”며 “올해는 어떤 개인 목표를 잡는 것보다 계속 부딪쳐볼 생각이다. 어떤 임무가 주어지든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 팀이 최하위를 하지 않고 올라가는 해가 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waw@osen.co.kr

 

한화 김이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