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공들인 '하이존 혁명'…롯데, 50cm의 위력 확인한다
2022.02.26 06:06:19

[OSEN=김해, 민경훈 기자]롯데 리키 메인홀드 투수 코치가 최준용의 불펜 피칭을 본 후 최준용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22.02.03 /rumi@osen.co.kr


[OSEN=김해, 조형래 기자] “우리는 2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지난해 투수력은 실망스러웠다. 평균자책점 5.37은 리그 최하위 기록이었고 9이닝 당 볼넷도 4.67개로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구속과 구위는 충분했지만 제구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며 악순환이 반복됐다.

대신 타고난 부분이 어느정도 있어야 하는 구속과 구위는 리그 최정상급이었다. 당장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체격과 구속, 성장 잠재력을 중시한 신인 드래프트 전략으로 체격 좋고 구위 좋은 투수들을 대거 수집했다. 또한 드라이브라인 센터의 훈련 방법을 고스란히 가져와서 투수들의 추가적인 구속 향상을 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롯데 투수진의 평균 구속, 회전수, 수직무브먼트 모두 최정상급 수치를 기록했다.

▲2021년 롯데 투수진 평균 구속/회전수/수직 무브먼트 (롯데 R&D팀 제공)
- 우투수 : 144.9km / 2337rpm / 43.8cm
- 좌투수 : 143.3km / 2306rpm / 50.7cm


특히 수직 무브먼트 평균값은 47.25cm로 거의 50cm에 가깝다. 통상적인 리그 평균은 25cm 안팎인데 이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물리적으로 투수의 공이 떠오를 수는 없지만 공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서 50cm 가까이 높은 지점에서 탄착군이 형성된다는 의미. 롯데 투수진 대부분의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순간부터 포수 미트에 닿기까지 떠오르는 느낌을 받는다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라이징 패스트볼’ 과 같은 의미다.

롯데 육성 파트는 투수진의 구위와 수직무브먼트 값을 적절하게 이용하기 위해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는 투구 플랜을 2년 전부터 준비했다. 

하이존은 장타로 연결되기 가장 쉬운 코스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투수들이 ’터부시’ 했던 코스다. 하지만 그만큼 타자들을 유혹하기 쉬운 코스의 공이기도 하다. 특히 발사각을 높이는 스윙이 트렌드가 된 현재, 하이 패스트볼은 새로운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코스의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범타를 유도하거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 쉽다.

래리 서튼 감독은 “우리 구단은 2년 전부터 2군에서 훈련을 하고 있고 지난해부터 1군에서도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이제 선수들이 하이존 공략을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20년 1.04로 땅볼이 더 많았지만 2021년에는 1.01로 땅볼과 뜬공의 비중이 비슷해졌다. 뜬공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높은 코스의 스트라이크 존 확대, 사직구장 외야 확장 등 현재 롯데 투수진의 플랜과 맞는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서튼 감독은 "투수들에게 큰 이점이 될 것이다. 우리 투수들이 잠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라며 구장 확장을 반겼다.


김진욱 /OSEN DB


포수 지시완은 스트라이크 존 확대와 투수진의 좋은 패스트볼 구위를 극대화 할 예정. 그는 “김진욱, 최준용, 김도규 등 투수들이 패스트볼에 강점이 있다. 무브먼트가 좋아서 이 선수들의 패스트볼을 많이 떠오르고 있다. 하이 패스트볼을 유도하고 하이존을 살리면 괜찮을 것 같다”라고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김진욱 역시 “존이 높아졌고 내 투구 타점도 높다. 하이 패스트볼을 기본으로 슬라이더나 체인지업보다는 떨어지는 커브를 많이 활용하면 타자들과 승부가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서튼 감독은 “투수마다 장점은 다르고 장점을 살리는 게 좋다. 모든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상단을 노릴 수는 없다”라면서 모든 투수들의 획일화를 경계했지만 투수진의 전체의 방향성은 변하지 않을 전망.

롯데 투수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환경은 이제 조성이 됐다. 수직 무브먼트 50cm라는 위력적인 수치를 롯데 마운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올해 롯데 투수진이 최우선으로 확인해야 할 요소가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