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를 굳이 왜 하나 싶었다" '퓨처스 FA 포기' 38세 투수의 작심발언.txt
2022.02.26 16:39:46

롯데 김대우 /OSEN DB


[OSEN=김해, 조형래 기자] "처음 제도가 나왔을 때 이걸 굳이 왜 하나 싶었다. 2차 드래프트가 더 낫다."

KBO는 지난해 10월,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각 구단의 전력 보강 기회를 넓히기 위해 올 시즌 종료 후 퓨처스리그 FA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5차례 진행된 2차 드래프트는 폐지된다"라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1군 등록일 60일 이하 시즌이 통산 7시즌 이상 되는 선수들에게 해당사항이 있는 퓨처스 FA 제도였다.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NC, KT 등의 창단과 맞물리며 시행된 2차 드래프트는 특정팀 유망주의 대거 유출 등 제도상의 허점이 드러나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결국 2차 드래프트를 대신해 탄생한 게 퓨처스 FA 제도였다.

그러나 제도가 탄생할 때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퓨처스 FA 자격 조건은 1군 등록일이 60일 이하 시즌이 통산 7시즌 이상인 선수에 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자격 공시 당해연도에 145일 이상 1군에 등록된 선수는 제외된다고 조건이 붙었다. 그해 1군 전력이 아니어야 FA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퓨처스 FA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데 이동에 제약이 되는 보상금까지 붙어있다. 퓨처스 FA 선수들을 데려가는 팀은 선수의 전년도 연봉 100%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원소속팀에 건네야 한다. 여기에 연봉 인상도 할 수 없다. 

허울 뿐인 제도였다. 실제로 KBO가 퓨처스 FA 대상 선수 14명을 공시했을 때 5명은 이미 방출되거나 은퇴를 선언한 상태였다(이성우, 정태승, 이현동, 이태오(개명 전 이동원), 김경호). 이 중 이태오는 방출 이후 롯데에 새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삼성 김성표, 김응민, 박정준, NC 정범모, 한화 이해창, 롯데 김대우 등 6명은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김응민의 경우 퓨처스 FA를 포기한 뒤 NC로 트레이드 됐다. 결국 퓨처스 FA를 신청한 선수는 두산 국해성, NC 강동연, KT 전유수, 3명에 불과했다. 

해당 제도의 대상자 중 이름값이 있던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한 김대우(38)의 얘기를 들었다. 김대우는 자신의 소신을 가감없이 밝혔다. 

그는 "제도가 발표되자마자 '굳이 이걸 왜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 선수와 구단 모두에게 좋아야 하는데 선수에게는 분명 안 좋은 제도였다"라면서 "차라리 2차 드래프트가 더 나은 것 같다. 구단에서 연락이 왔을 때 '안한다'고 말했다. 권리를 행사해서 잘 되면 좋겠지만 피해를 볼 확률이 너무 높았다"라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차라리 2차 드래프트가 더 나았던 이유에 대해서 김대우는 선수 입장에서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는 "2차 드래프트는 그래도 타 구단에서 우리 선수들을 필요로 해서 뽑아가는 거지 않나. 또 선수들에게는 그게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퓨처스 FA를 하게 되면 팬들은 '팀이 싫어서 떠났다'라고 안좋게 비춰질 수도 있다. 또 FA 자격을 얻기까지 제한 조건이 너무 많다. 냉정하게 이번까지만 하고 안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강동연과 전유수는 원 소속구단과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계약하고 잔류했다. 하지만 국해성은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김대우는 "국해성 선수는 아직 계약 못하지 않았나요?"라고 취재진에게 반문하면서 "결국 피해를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만약 취득 기간이 짧아지면 활성화가 많이 될 것 같다. 구단도 필요한 선수들을 잡으려고 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이번 제도는 방출해도 되는 선수들이 대상이 되지 않나. 2차 드래프트가 더 나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퓨처스 FA 제도가 선수협과 충분한 논의 없이 탄생한 제도가 선수들이 이득을 볼 수 없는 구조상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