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의 예비 FA, 고의로 승투 밀어주기? 사령탑 생각 있다
2022.02.28 15:35:39

 

한화 장시환.

 

지난 시즌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고도 좀처럼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1경기, 2경기, 3경기… 19경기. 경기가 점점 늘어났지만 1승은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령탑은 시즌 막바지까지 기회를 부여하며 신뢰를 보냈다.

그 주인공은 한화의 베테랑 투수 장시환(35)이다. 2007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장시환은 어느덧 프로 16년차 투수가 됐다. 그동안 다양한 팀에서 경력을 쌓았다. 히어로즈와 KT, 롯데 유니폼을 차례로 입고 뛰었다. 그러다 2019 시즌 종료 후 롯데와 한화의 2:2 트레이드(투수 장시환, 포수 김현우↔포수 지성준, 내야수 김주현)를 통해 독수리 군단의 일원이 됐다.

지난 시즌 장시환은 사실상 '불운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총 19경기(16선발)에 나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4를 마크했다. 전반기 0승 8패 평균자책점 5.60, 후반기 0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9.75의 성적을 각각 올렸다.

성적은 연봉으로 직결됐다. 2020년 1억 5400만원이었던 연봉이 올해에는 6700만원이 삭감된 8700만원으로 바뀌었다. 절치부심, 올 시즌에는 대반전을 꿈꾼다. 그는 1군 등록일수에 따라 올 시즌이 끝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동기 부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7일 KIA와 연습경기에 앞서 장시환에 대해 "올 시즌 1이닝 정도는 착실하게 삭제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일단 불펜 투수로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성적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일단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본인이 책임감과 자신감을 천천히 키울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시환은 26일 KIA와 연습경기서 1이닝(7타자 상대 총 24구) 4피안타 1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수베로 감독은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볼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볼 카운트 싸움에서 밀리면서 결국 안타까지 내줬다. 이 과정에서 아웃을 계속 놓쳤고, 이닝이 길어졌다. 그런 면은 올 시즌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장시환이 마지막 승리는 2020년 9월 22일 두산전. 그 이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13연패 늪에 빠져 있다. 일단 연패를 끊고 가능한 빨리 1승을 거두는 게 자신감 회복의 최고 지름길. 경우에 따라서는 승리 투수 요건이 갖춰진 상황에 맞춰 벤치가 일부러 투입하는 것까지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수베로 감독은 "만약 선수가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그런 기회서 장시환을 돕는 게 맞다"면서 긍정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1승만을 위해 혹여나 팀을 위기로 몰아넣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더욱이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리빌딩이 아닌, 팀 승리 우선의 기조를 세우면서 선수 교체도 더욱 과감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단 1명의 선수를 위해 팀 전체를 수렁에 빠트리는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화 장시환(가운데)이 2022 스프링 캠프 기간 동안 수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