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수 명예회복' 원했던 3년차 롯데맨, 왜 다시 1루 미트를 꼈나?
2022.02.28 15:53:04

 

롯데 안치홍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롯데에서 3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주전 2루수 안치홍(32). 2년 전, KIA에서 롯데로 팀을 옮기면서 2루수로 명예회복을 원했다.

2019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은 프로 입단 이후 줄곧 봐왔던 2루수로의 존재가치가 위협을 받았다. 2루 수비에 대한 의문점이 커졌고 1루수 전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안치홍은 2루수로 명예회복 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떻게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데뷔 팀이었던 KIA는 반등 가능성에 의문이었지만 롯데는 그렇지 않았다. 롯데는 안치홍에게 2루수로 명예회복 기회를 줬다.

지난 2년의 결과는 어땠을까. 안치홍은 다시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반등했다. 지난해 시즌 중반 트레이드 루머에 이름을 오르내린 것은 2루수 안치홍의 가치가 다시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FA 계약 당시 2+2년(총액 56억 원)이라는 특이한 계약 형태 제안을 받아들인 안치홍이다. 2년차 시즌이 끝난 뒤 상호 옵션에 따라서 향후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구단이 원하더라도 안치홍이 원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다른 구단들과 아무런 보상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더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명예회복의 기회를 준 롯데 구단에 항상 고마워했던 안치홍은 지난 시즌 도중 구단의 향후 2년 연장 계약 제안을 고민 없이 받아들였다. 롯데와의 4년 동행은 일찌감치 확정됐다.

그런데 2루수로 명예회복을 원했던 안치홍이 롯데에서 3년차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는 다시 1루 미트를 꼈다. 거부감이 있었던 1루수 자리에서 동료들과 웃으며 수비 훈련을 받고 있다.

롯데에서 향후 2년을 바치기로 했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중고참 위치가 됐다. 첫 2년 동안 팀 성적이 하위권에 그쳤던 만큼 성적과 승리가 간절해졌다. 안치홍은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고 팀 승리에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1루수 훈련을 다시 받고 있다.

안치홍이 주전 2루수라는 것은 변함 없다. 하지만 래리 서튼 감독은 경기 중후반 유연한 라인업 구성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고 안치홍은 만약을 대비해 1루수 훈련을 받고 있다.

안치홍은 “감독님께서 1루수 훈련과 관련한 얘기를 하셨다. 경기 중후반, 우리 팀이 정말 이기는 방향으로 가야할 때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1루수로 들어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하셨다”라며 “저 역시도 팀이 승리하는 방향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면 언제든지 감독님 생각에 맞게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팀을 위한 희생이다.

이어 “많은 수비 이닝 자체를 1루수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할 때만 집중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라고 1루수로 준비도 문제 없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젊은 선수들 앞에서 솔선수범하며 팀 승리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는 안치홍이다. FA로 합류해 팀의 중심적 위치가 됐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는데, 앞장서기 보다는 같이 운동을 하면서 팀이 가는 방향에 맞게 도움을 줘야 할 것 같다”라며 “그래서 어린 선수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있고 또 어린 친구들도 요즘에는 질문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9경기 타율 3할6리(421타수 129안타) 10홈런 82타점 OPS .837의 성적을 거둔 지난 시즌에 대해서는 “평균 정도 했던 것 같다”라면서 “중간에 부상으로 한달이라는 시간을 빠졌기 때문에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올해는 부상으로 빠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롯데로 이적한 뒤 언제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이적 직후에는 언제나 “팀 타선 어느 위치에서든지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주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더 궁극적인 목표에 시선을 두고 있다. 그는 “이제는 우리 팀의 성적이 중요한 시기다. 많은 경기를 이겼으면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것 같다”라면서 “어느 선수느나 개인적인 욕심은 있겠지만 나는 따로 목표를 잡은 것이 없다. 제가 잘해야 팀 성적도 좋아지고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니까 그 부분에 집중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