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배' RYU가 왜 헐레벌떡 '괴물 루키' 앞에서 뛰었을까?
2022.03.07 16:02:36

 

한화 문동주가 2차 불펜 피칭을 시작하려고 하자 류현진(왼쪽 빨간색 원)이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류현진(35·토론토)은 올 겨울 '친정팀' 한화 이글스와 함께하고 있다. 아직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한화 캠프에 남아있는 날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 상황.

그런 '대선배' 류현진을 바라보며 함께하는 한화 후배들은 그야말로 영광의 자리가 아닐 수 없다. 한화 선수들은 메이저리거가 실제로 어떻게 훈련을 하는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끼고 배운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올 시즌 KBO 리그의 '괴물 루키'로 주목받고 있는 문동주(19·한화)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처음으로 불펜 피칭을 실시했던 지난 1일이었다. 외야 쪽에 설치된 불펜 피칭장에는 정민철 한화 단장과 수베로 감독, 손혁 코디네이터를 비롯해 문동주의 '우상' 류현진까지 총출동했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은 '문동주가 언제 불펜 피칭을 실시하는가'라고 직접 물어보며 크게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서 눈길을 끈 건 류현진의 태도였다. 앞서 거제 스프링캠프서도 올해 전체 1라운드 신인 박준영(19)의 투구를 감독 포스로 꼼꼼히 지켜보던 류현진이었다. 그냥 대충 훑어보는 게 아닌, 투구 동작과 투구 내용 등을 자세히 살펴보며 후배들을 향한 진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문동주가 1차 불펜 피칭 30구를 마치자 류현진은 홈 플레이트 근처로 다가온 뒤 최원호 퓨처스 감독, 그리고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잠깐 동안의 휴식 시간이 지나갔고, 잠시 밖으로 나갔던 문동주가 다시 불펜 피칭장으로 들어왔다. 이때 홈플레이트 근처에 있던 류현진이 마운드가 있는 쪽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자칫 후배의 연습이 자신으로 인해 방해될까봐 그랬을 터다. 한국 최고의 메이저리거이자 대선배인 그에게서 어떤 거드름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베로 감독은 류현진과 이번 캠프를 함께하는 것에 대해 "그는 존재만으로도 어린 선수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다. 후배들로부터 질문을 받을 때에도 항상 마음이 열려 있고 대답할 준비가 돼 있다.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와 대화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훈련 방법이나 루틴 등을 보면서 우리 팀 선수들이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언젠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면 한화로 돌아올 류현진. 어쩌면 그가 가까운 미래에 함께 뛰게 될 후배들에게 미리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류현진(오른쪽). /사진=김우종 기자

 

한화 문동주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고 있는 류현진(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