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홈런 도루왕'이 클린업... 출혈만 있는 키움, 씁쓸한 현주소
2022.03.09 19:09:44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사진=OSEN

 

2021시즌 도루왕 김혜성(23·키움)이 지난 연습경기에서 5번 타순에 등장한 것은 단순한 '깜짝 기용'은 아니었다. 3년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5번 타순'에 대한 고민의 흔적임과 동시에 제대로 된 영입 없이 출혈만 있는 씁쓸한 히어로즈의 현주소였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지난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있었던 훈련 전 인터뷰에서 시범경기 관전 포인트로 불펜과 하위 타순을 꼽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투수 쪽에서 선발 로테이션은 순서가 잡혔다. 불펜이 고민인데 어떤 투수가 어떤 타이밍에 등판할지 살펴봐야 한다. 타선에서도 상위 타순은 괜찮은데 하위 타순이 조금 아쉽다. 하위 타순에서 어떻게 출루하고 득점을 올릴 것인지 득점 루트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키움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2홈런을 기록한 야시엘 푸이그(32)를 영입해 타선의 파괴력을 대폭 끌어올렸다. 발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이용규(37)-김혜성 테이블세터진에 정교함이 돋보이는 3번 이정후(24), 장타력 있는 푸이그와 박동원(32)까지. 짜임새 있는 이상적인 타순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키움은 지난 4~5일 있었던 한화와 연습경기에서 김혜성을 클린업 타순인 5번에 배치하며 틀을 깼다.

김혜성은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4(559타수 170안타), 3홈런 66타점 99득점, 출루율 0.371, 장타율 0.367을 기록했다. 50번의 도루 시도 중 46번을 성공하면서 단일 시즌 도루성공률 1위를 달성했고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인 도루왕과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테이블세터에 적합한 타격 프로필을 지닌 김혜성이 5번 타자로 고려되는 이유는 타선의 연결고리를 맡아줄 적임자라는 점이다.


2019년 당시 서건창, 제리 샌즈, 박병호(사진 왼쪽부터)./사진=OSEN


기존의 5번이었던 박동원은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 포지션을 맡으면서 타점, 장타 생산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았다. 지명타자로 출전 횟수를 늘렸지만, 후반기 부진으로 큰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타격 스타일을 놓고 보면 흐름을 잇는다는 점에서 일발 장타가 돋보이는 박동원보다 뛰어난 콘택트와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 수 있는 김혜성이 적합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키움은 1~5번과 6~9번 타자들의 기량 차가 명확한 탓에 타선의 흐름이 자주 끊겼다. 올시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시점에서 하위 타순에 들어갈 선수로는 3루수 송성문(26), 1루수 김웅빈(26), 유격수 신준우(21) 혹은 김휘집(20), 포수 이지영(36) 등이 꼽힌다. 물론 이지영이 통산 타율 0.284로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고 있고, 다른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냉정하게 리그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하위 타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지 벌써 3년째다. 2019년 키움은 서건창-이정후-김하성-제리 샌즈-박병호-박동원이라는 강력한 타선을 구축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후 김하성과 이정후의 기량은 일취월장했지만, 샌즈가 떠나고 박병호, 서건창의 기량이 떨어지자 위력은 반감됐다.

설상가상으로 김하성, 서건창, 박병호가 차례로 떠났다. 막대한 출혈에 걸맞은 보강은 없었다. 화수분 같던 키움 타자 유망주들의 성장마저 더뎌지면서 육성 야구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얘기도 들린다. 결국 기존 선수들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 푸이그의 가세로 안정적인 상위 타선을 꾸렸음에도 키움이 낙관하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