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시절의 산체스. /사진=요미우리 자이언츠

비록 2시즌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일본 무대를 떠나게 됐지만 앙헬 산체스(33)는 일본 현지에서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10일 지난 2년 동안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산체스에 대해 언급했다. 산체스는 2021시즌 종료 후 구단과의 재계약이 무산되며 팀을 떠났다.

사실 산체스는 뛰어난 구위에도 부상으로 인해 요미우리에서의 활약은 적은 편이었다. 첫 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15경기에서 8승 4패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하며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이듬해에도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등의 악재로 인해 평균자책점이 4.68에 그쳤다. 재계약하려야 할 수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매체는 산체스의 그라운드 밖 모습에 주목했다. "마운드에서는 포커 페이스로 담담하게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한 매체는 "평상시에는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나이스 가이'였다"며 산체스를 추억했다.

현지 적응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배팅 장갑과 양말에는 가타카나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고,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데도 J-POP을 유창하게 부르며 웃음을 줬다. 현지 취재진에게 구장 매점의 콜라를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체는 "어느 구단을 불문하고 1군 다섯 자리라는 적은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문화가 다른 이국 땅에서 고독하게 싸우고 있다"며 외국인 선수의 고충을 언급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서도 밝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존경의 기분만 든다"고 극찬했다.

산체스의 이런 적응력은 한국 생활이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18시즌을 앞두고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산체스는 첫 시즌 8승 8패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며 체중이 감소했고, 이로 인해 부진에 빠졌다. 그러나 구단과 본인의 노력으로 다시 궤도에 올랐고,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중 하나가 됐다.

이후 적응을 마친 산체스는 2019년 17승 5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하며 리그 톱급 에이스로서 활약했다. 이런 모습이 요미우리의 눈에 들어오며 결국 일본 무대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SK에서 뛰던 산체스의 모습.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