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펜스'에 막힌 정민규의 홈런 2개...'한화 카브레라' 뜬다
2022.03.16 21:58:04

한화 정민규 /OSEN DB


[OSEN=부산, 이상학 기자] 성민규(40) 롯데 단장이 쌓아올린 사직구장의 외야 펜스가 ‘높이’를 과시했다. 한화 내야수 정민규(19)가 연이틀 사직구장 펜스 최상단을 직접 때리는 홈런성 2루타를 쳤다. ‘성민규 펜스’에 막혀 홈런 2개를 빼앗겼지만 거포 유망주의 잠재력이 터질 듯 말듯 꿈틀대기 시작했다. 

정민규는 지난 14~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연이틀 2루타를 폭발했다. 14일 경기에서 8회 강윤구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펜스 상단을 직격했다. 지난해 사직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될 타구였지만 펜스가 4.8m에서 6m로 높아지면서 정민규의 타구는 1.2m 철망을 맞고 외야에 떨어졌다. 스리런 홈런 대신 2타점 2루타.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 장면을 두고 “넘어갈 타구는 넘어가겠지만 확실히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 된 것 같다”며 사직구장 변화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롯데는 투수진과 센터라인 강화에 목적을 둔 성민규 단장 구상에 따라 구장을 넓히기로 했다. 홈플레이트를 관중석 쪽으로 당겨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늘었다.

좌우는 95m에서 95.8m로, 중앙은 118m에서 120.5m로 멀어졌고, 홈런 구장에 가까웠던 사직구장은 이제 홈런을 치기 어려운 구장으로 바뀌었다. 지난 12일 SSG전을 시작으로 사직에서 치러진 시범경기 3경기에서 펜스 철망에 막힌 타구가 1경기에 하나꼴로 나오고 있다. 롯데에선 DJ 피터스와 지시완이 홈런을 아깝게 놓쳤다. 


사직구장 외야 펜스 철망 /OSEN DB


상대팀 선수로는 정민규가 이틀 연속 좌측 펜스 철망을 맞혀 눈길을 끌었다. 15일 경기에서도 정민규는 9회 김동우의 직구를 좌중간 펜스 철망으로 날렸다. 아깝게 홈런을 놓치며 연이틀 2타점 2루타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 타석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은 정민규는 2루타를 치고 난 뒤 다리를 절뚝이며 교체됐지만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회 2타점 우전 적시타 포함 5타수 2안타 4타점을 올린 정민규는 롯데 2연전에서 2루타 2개 포함 7타수 3안타 6타점을 몰아쳤다. 

부산고 출신 내야수 정민규는 지난해 한화의 전국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한화는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 3루수 노시환으로 젊은 내야진이 세팅됐지만 거포 자질이 있는 정민규의 재능을 외면할 수 없었다. 지난해 1군 6경기를 짧게 경험한 정민규는 2년차 시즌을 앞두고 성장세를 거듭 중이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 연습경기에서 팀의 대외 실전 첫 홈런 주인공이 되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을 알렸다. 

수베로 감독은 “정민규는 방망이를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있다. ‘민규 카브레라’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그만한 장래성이 있다”며 메이저리그 통산 2087안타 502홈런에 빛나는 대타자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에 비교하기도 했다. 이름 발음이 비슷하고, 주 포지션이 3루수인 점도 닮았다. 정작 정민규는 “카브레라가 어떻게 야구하는지 잘 모른다. 따로 영상을 찾아보지도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선수이니 기분 좋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4번타자 노시환이 있어 3루수로 풀타임 출전은 어렵지만 수베로 감독은 1루, 2루, 지명타자 등 여러 자리에서 정민규에게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 지난해 실수가 잦았던 수비도 꽤 안정됐다. 지금 성장세라면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 주전 한 자리도 노려볼 만하다. 정민규는 “타격 스타일상 컨택보다 장타를 쳐야 한다. 멀리 치면 재미있다. 타석에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과감하게 하겠다”며 “수치상 목표는 없고 1군에서 계속 뛰고 싶다”고 말했다. /waw@osen.co.kr

 

한화 정민규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