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아픈 손가락’ 대우…그들만의 일그러진 영웅, 누가 반겨줄까?
2022.03.18 14:54:34

 

강정호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반겨주지도 않을, 그들만의 일그러진 영웅일 뿐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18일, KBO에 강정호에 대한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미 최저연봉(3000만 원) 선수 계약까지 완료한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강정호는 현역 선수 타이틀을 달고 유례없는 전과를 기록한 인물이다. 음주운전 전과만 3차례다. 세상에 먼저 알려진 전과는 가장 최근인 2016년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통해서다. 당시 피츠버그에서 활약하던 중 한국에 머물던 강정호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섬을 지나쳐 가드레일까지 완전히 부수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지역에 차량이나 행인이 없어서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아찔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실상 은폐했다고 봐야 했다.

결국 강정호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동안 범죄자가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그라운드를 누빈 것이다. 강정호는 이후 사실상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실형선고로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아 메이저리그로 바로 복귀하지 못했다. 2017년을 통째로 쉬고 2018년부터 선수생활을 이어갔지만 2019년 시즌이 끝나고 피츠버그에서 방출 당했다.

오갈 데 없던 강정호는 KBO리그를 노크했다. 키움에서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임의탈퇴 신분이었던 강정호는 2020년,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단 음주운전 삼진아웃의 전과가 있는 강정호였기에 KBO는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이후 복귀를 위해 눈물의 사죄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졌다. 더 이상 ‘야구로 보답하고 반성하겠다’는 메시지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강정호는 복귀 계획을 철회했다. 키움 구단도 강정호의 복귀를 추진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미국에서 조용히 지내던 강정호를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 낸 것은 다름아닌 키움 구단이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40년 야구를 했던 선배로서 오래전부터 강정호에게 자숙과 사과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재 대표팀께 강정호의 현재 상태를 설명드리고 설득을 했다. 이후 강정호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자숙과 사과의 기회라는 단어를 빼면 누구나 인정할만한 레전드의 복귀를 ‘삼고초려’해서 데려온 것으로 볼 수 있을 법하다. 무엇보다 키움 구단의 자세는 범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받고 있는 강정호를 ‘아픈 손가락’처럼 대하고 있다는 것에서 키움 구단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극에 달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서 고형욱 단장은 “반대여론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이미 계약을 했다. 이제 무를 수도 없다. 이번에는 잘 해보려고 한다. 강정호도 이번에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라면서 야구팬들의 여론과는 관계없이 전사적인 투쟁으로 강정호의 복귀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각오를 표출하기도 했다.

새로운 위재민 대표이사 역시도 “어설프게 끝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로 강정호의 복귀에 전력을 다하라는 구단 차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당장 유기실격 징계를 1년을 허비해야 하는 선수, 무엇보다 여전히 매서운 여론의 회초리를 맞고 있는 음주운전 삼진아웃 범법자를 이렇게 데려오려는 이유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누구도 반겨주지 않는다.

“히어로즈 구단에서는 모범적인 선수였다”라며 끝까지 강정호를 두둔한 고형욱 단장과 키움 구단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누구도 강정호를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때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유격수였고 메이저리그의 파이어볼러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고 대차게 스윙했던 선수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강정호는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당한 전직 야구선수일 뿐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