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1순위였지, 그런데..." 괴짜투수는 왜 친정 복귀 망설였을까
2022.03.18 20:25:37

 

2010년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은 그레인키. /AFPBBNews=뉴스1

 

11년 만에 메이저리그(MLB) 데뷔팀으로 돌아온 '괴짜' 잭 그레인키(39·캔자스시티)가 단 한 가지 이유로 친정 복귀를 망설였다고 한다.

MLB.com의 캔자스시티 로열스 담당 기자인 앤 로저스는 18일(한국시간)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그레인키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레인키는 지난 17일 캔자스시티와 1년 1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2010시즌 종료 후 4대 2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떠났던 그레인키는 무려 11년 만에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팀으로 돌아갔다.

지난 2004년 데뷔한 그레인키는 우여곡절 끝에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09년에는 16승 8패 평균자책점 2.16이라는 훌륭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레인키가 가장 오래 뛰고(7시즌),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것도 캔자스시티였다.

이 때문일까. 그레인키도 친정 복귀를 내심 원하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가 골랐던 팀 중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었다"면서 "내 1순위 선택이었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레인키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다. 바로 내셔널리그의 지명타자제 도입이었다. 그는 "내가 고민했던 유일한 이유는 투수들이 여전히 안타를 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내셔널리그의 투수 타석이 유지됐다면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레인키는 투구만큼이나 방망이로도 유명한 선수다. 그는 통산 타율 0.225, OPS 0.598로 투수 중에서는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 2013년에는 타율 0.328을 기록했고, 2019년에는 3개의 홈런과 0.883의 OPS를 거두며 두 시즌 모두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기도 했다.

아메리칸리그로 이적하고도 그레인키는 여전히 타격에 대한 의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모 투수와 이야기했을 때, 그가 마운드에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서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5~6이닝 정도를 던지면 2~3타석이 될 것이다. 그때 우리 팀 지명타자가 다치거나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캔자스시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데이튼 무어 구단 운영 부문 사장은 "그레인키에게 "우리가 타격 기회를 주면 캔자스시티로 올 생각이 있나"는 농담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레인키는 웃기만 했다고 한다.

 

2015년 LA 다저스 시절 타격을 하는 그레인키.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