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신뢰 회복' KBO의 40주년 다짐…그런데 '강정호 재뿌리기'가 웬말
2022.03.19 12:13:01

2020년 KBO 복귀를 시도했던 강정호.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정말 공들여서 오랜 시간 준비했습니다.”

KBO는 2022년 40주년을 앞두고 여러 행사들을 기획하면서 나름 야심찬 청사진을 그렸다. 일종의 대오각성의 각오로 다시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시국에서 벌어진 호텔 술판 파문, 도쿄올림픽에서의 부진 등으로 떨어진 야구 인기와 야구계를 향한 비판적이고 차가운 시선을 거두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기존 야구팬들을 붙드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에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이들을 야구 팬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획들을 준비했다. 대표적인 게 2023년 OTT 플랫폼으로 서비스 될 2022년 시즌의 다큐멘터리다. FIA(세계자동차연맹)이 주최 세계 최고 스포츠이벤트 중 하나인 F1을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Drive to survive)’와 비슷한 형태다. ‘KBO판 본능의 질주’는 ‘디펜딩챔피언’ KT 위즈의 우승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위해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이슈를 몰고 온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를 위주로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대중들에게 KBO리그를 더욱 친근하고 쉽게 접근시키기 위한 KBO의 기획이었다. 실제로 본능의 질주가 방영된 이후 F1에 대한 관심이 대중들의 관심이 급증했고 2021시즌을 배경으로 한 시즌4 까지 방영이 확정됐다.

사실 다큐멘터리 제작은 KBO의 40주년 대오각성 기획의 일부다. 무엇보다 지난 겨울, 스토브리그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거물급 선수들의 이적이 활발해졌다. 팬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이슈가 자연스럽게 생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리그 에이스’ 양현종(KIA)과 김광현(SSG)이 돌아왔고, 리그 레전드급 성적을 찍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롯데)의 은퇴투어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적생 중심으로 재편된 리그 판도, 김도영(KIA), 이재현(삼성), 박영현(KT) 등 시범경기 두각을  나타내는 거물급 신인들의활약에 다시금 관심도도 올라가던 상황이었다. KBO의 야심찬 기획에 여러 외부 호재들이 겹치며 성대한 40주년 기념행사들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OSEN DB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리스크가 터졌다. 키움이 ‘폭탄’을 들고 나왔다. KBO에 임의탈퇴 신분인 강정호의 임의탈퇴 해제 승인을 요청한 것. 이미 최저연봉으로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강정호를 복귀시키겠다는 키움의 의지였다. 이미 상벌위원회를 통해 1년 유기 실격, 사회봉사 300시간이라는 징계를 내린 KBO도 키움의 임의탈퇴 해제 요청을 막을 명분이 없다. 

강정호는 지난 2016년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여기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혹은 은폐시켰던) 두 차례의 음주운전 이력까지 더해졌다. ‘삼진아웃’이 된 강정호였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지난 2020년, 무적 신세의 강정호가 KBO 복귀를 위해 사죄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여론은 여전히 차가웠고 결국 강정호도 복귀 계획을 철회했다. 그런데 당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키움 구단이 이번에는 발 벗고 나서서 강정호 복귀를 계획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40년 야구를 했던 선배로서 오래전부터 강정호에게 자숙과 사과의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재 대표님께 강정호의 현재 상태를 설명드리고 설득을 했다. 이후 강정호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라면서 “반대여론은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미 계약을 했다. 이제 무를 수도 없다. 이번에는 잘 해보려고 한다. 강정호도 이번에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난을 스스로 자처하고 야구팬들의 분노를 다시금 끄집어 내는 행태다.

‘모럴해저드’로 비판을 받았던 KBO가 자체적으로 위기를 인식하고 쇄신을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리그 구성원이 여기에 훼방을 놓는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야구의 위기라는 대중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어가겠다는 키움의 후안무치한 행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