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승 대투수, "은퇴 앞둔 대호 형과 맞대결 기분 묘했다"
2022.03.19 19:42:35

OSEN DB


[OSEN=부산, 손찬익 기자] “계획했던 대로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다”.

18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두산 베어스 투수 장원준(37)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최근 몇 년간 부상 악령에 시달리며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시범경기에서 2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하는 등 순조로운 준비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안 아픈 게 가장 만족스럽다. 공 던질 때 투구 밸런스도 괜찮다. 작년에는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던진다는 느낌이 안 들었는데 올해 들어 어떻게 하면 던질 수 있겠다는 감각을 되찾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캠프 때 피칭하면서 밸런스가 안 좋을 때 어떻게 하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지 감각을 느꼈다.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전력 분석팀의 동영상 자료를 보는 등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 좀처럼 보기 드문 투타 맞대결이 성사됐다. 장원준은 0-2로 뒤진 4회 선두 타자 이대호와 맞붙었다. 롯데 시절 함께 했던 옛 동료와 상대하게 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대호 형과 롯데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는데 올해 대호 형의 마지막 시즌이니까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함께 했던 동료들의 한두 명씩 그라운드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묘할 듯. “두산 전성기를 함께 이끌었던 (유)희관이를 비롯해 함께 했던 선수들이 한두 명씩 떠나는 걸 보면서 많이 아쉬웠다”는 게 장원준의 말이다.

또 “최근 몇 년간 부상 탓에 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대로 그만 두기엔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구단에서도 배려해주신 덕분에 악착 같이 하려고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오랫동안 선발 요원으로 활약했던 그에게 계투 역할은 낯설 수밖에. 그는 지난해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느 정도 해답을 찾았다.

그는 “배영수 불펜 코치님께서 공 좀 그만 던져라고 하시는데 오랫동안 선발로 뛰다 보니 적게 던지면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적게 던지는 게) 쉽지 않다”고 웃어 보였다.

개인 통산 130승 달성에 1승을 남겨둔 그는 “안 아팠으면 더 많은 승수를 쌓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하고 싶다고 되는 건 아니다. 크게 욕심내지 않겠다. 팀이 이길 수 있는 방향으로 던지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장원준의 올 시즌 목표는 1군 풀타임. 개인 통산 129승을 달성한 대투수에겐 소박한 목표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이제는 현실이다. 1군 풀타임으로 뛴다는 건 저도 어느 정도 잘하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즌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가 안 남는다면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의미다. 항상 던지고 내려오면 아쉬움과 후회가 남았는데 후회 없이 시즌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