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승 좌완, 37살에 쓰는 재기 스토리...“컨디션 좋다” 감독도 기대한다
2022.03.21 10:27:11

장원준 / OSEN DB


[OSEN=대구, 이후광 기자] 129승 좌완투수 장원준(두산)이 37살에 재기 스토리를 쓰는 것일까. 시범경기서 선보인 퍼포먼스를 봐서는 충분히 집필을 시작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장원준의 2022 KBO 시범경기 활약이 심상치 않다. 첫 경기였던 12일 고척 키움전에서 선발로 나서 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몸을 푼 그는 17일 사직 롯데전에서 구원 등판해 1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2경기 연속 호투를 완성했다. 총 3⅓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각각 1개씩 내줬고, 삼진은 3개나 잡았다. 실점은 제로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1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예전에 보여준 공은 아니지만 타자와의 싸움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컨디션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는 시선을 보였다.

장원준은 전성기 시절 꾸준함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8년 데뷔 첫 10승(12승)을 시작으로 2017년 14승까지 무려 8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그 사이 우승반지를 두 차례(2015, 2016)나 거머쥐었다.

장원준은 2018년부터 좌완 에이스의 자존심을 구겼다. 원인을 규정지을 수 없는 부진과 부상에 신음하며 3년 통산 1군 출장이 32경기에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 건강을 되찾고 32경기 18⅔이닝을 소화했지만 승리 없이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팀에 큰 보탬은 되지 못했다.

장원준은 2015시즌에 앞서 두산과 4년 총액 84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당시 그의 연봉 10억 원. 그러나 거듭된 부진 속 두 번째 FA 신청은 커녕 현역 연장에 만족하며 올해 5000만 원과 함께 재기를 노리는 처지가 됐다. 급여가 2019년 6억 원, 2020년 3억 원, 2021년 8000만 원에서 사실상 최저인 5000만 원으로 삭감됐다. 

두산은 유희관의 은퇴로 믿고 쓸 수 있는 좌완투수가 사실상 이현승, 장원준밖에 남지 않았다. 최승용, 이교훈 등 유망주들이 있지만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하다. 때문에 불펜에서 장원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고, 올해만큼은 재기를 이뤄낼 필요가 있다. 또 장원준 역시 작년 보류선수 명단 포함 때부터 남다른 각오를 갖고 2022시즌을 준비했다.

이제 시범경기 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아직 장원준의 재기를 낙관하긴 이르다. 적지 않은 나이만큼 변수도 많다. 그러나 또 시범경기서 감이 좋은 선수가 정규시즌도 잘 치르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다르다. 정규시즌 등판을 봐야한다”면서도 “물론 지금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