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 만루포 허용에 유희관 해설 울컥, "영원한 게 없다"
2022.03.28 05:11:39

한화 정우람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통산 101승으로 은퇴한 ‘느림의 미학’ 유희관(36)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정우람(37·한화)을 보고 울컥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해설위원이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한 그로선 감정이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우람은 27일 대전 KIA전 시범경기에서 5-4로 앞선 9회 마무리로 등판했다. 1점차 세이브 상황. 그러나 이우성과 나지완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황대인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펜스 앞까지 가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1~2루 주자 모두 태그업으로 한 베이스씩 진루했다. 

1사 2,3루에서 김석환에게 볼넷을 주며 이어진 1사 만루. 시범경기 타율 8푼3리(12타수 1안타)에 불과한 포수 한승택과 승부했지만 풀카운트로 몰렸다. 6구째 142km 직구를 뿌렸지만 한가운데 높은 실투가 됐고, 한승택의 풀스윙에 걸린 타구는 좌측 담장 밖으로 훌쩍 넘어갔다. 역전 만루 홈런. 한화의 5-8 역전패와 함께 정우람은 패전투수가 됐다. 

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실점을 기록한 정우람은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이 13.50으로 치솟았다. 지난 18일 창원 NC전에서 세이브를 올렸지만 정현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1실점한 정우람은 시범경기에만 홈런 2개를 맞았다. 

주전 자리나 주요 보직이 확정된 선수들에게 시범경기는 몸풀기 무대. 지난해까지 부동의 마무리였던 정우람도 그랬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중반 마무리 자리를 내놓은 그는 지금 경쟁 선상에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이날 경기 전에도 “아직 마무리는 정하지 않았다. 시범경기 마지막 날까지 보고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마무리 후보 중 한 명인 정우람도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시범경기에 임하고 있다. 정규시즌 경기는 아니지만 9회 역전 만루 홈런은 꽤 충격적인 결과. 홈런을 내준 뒤 강판된 정우람은 덕아웃에서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희관 해설위원 /OSEN DB


이날 경기를 중계한 유희관 해설위원도 클로즈업된 정우람의 얼굴을 보곤 울컥했다. 유 위원은 “정우람 선수를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지금 감정이입이 됐다”고 말했다. 정우람도 유 위원만큼은 아니지만 마무리투수로는 느린 공으로 승부하는 공통점이 있다. 

정우람보다 1살 어린 유 위원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꾸준함의 대명사였지만 마지막 2년은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 선수였던 유 위원으로선 마운드에서 분투하는 1년 선배 정우람을 보며 현역 막바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밖에 없었다. 

KBO리그 역대 투수 최다 929경기 등판에 빛나는 정우람이 마무리 자리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다. 유 위원은 정우람이 홈런을 맞기 전 “야구가 참 어렵다. 영원한 자리라는 게 없다”며 “통산 196세이브를 한 투수다. 4세이브만 더하면 200세이브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 마무리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프로야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waw@osen.co.kr

 

한화 정우람의 투수 역대 최다 901경기 출장 타이 기록이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2021.06.27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