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파트너' 레전드 포수, 양복 20벌 넘게 선물한 사연 '왜?'
2022.03.28 22:46:57

야디어 몰리나. /AFPBBNews=뉴스1

 

올 시즌을 끝으로 홈플레이트를 떠나게 된 레전드 포수 야디어 몰리나(40·세인트루이스)가 마지막 스프링캠프에서 통 큰 선물을 구단에 남겼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26일(한국시간) "몰리나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들에게 양복을 선물했다"고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몰리나는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으로 의상 디자이너를 초청했다고 한다. 이어 양복을 맞추기 위해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 스킵 슈마커 벤치코치 등 20명 넘는 인원의 사이즈를 측정했다.

한 베테랑 클럽하우스 직원은 "처음으로 가져보는 맞춤복이다"고 말하며 디자이너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이 디자이너는 "(나한테) 고마워하지 마라"며 "야디(몰리나의 애칭)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몰리나는 왜 이런 선물을 돌렸을까? 본인이 밝힌 이유는 싱거웠다. 그는 "우리 코치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 이유뿐이었다"며 간단하게 말했다.

사실 몰리나의 이런 선물 증정은 구단의 전통이기도 하다. 매체에 따르면 올리버 마몰 세인트루이스 감독(36)은 코치 시절 마이크 쉴트(54) 전 감독에게 옷을 받았고, 2루수 토미 에드먼(27)도 에이전트에게 양복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몰리나 역시 데뷔 초기 팀의 중심타자였던 알버트 푸홀스(42)에게 이 디자이너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후 그는 신인 선수, 혹은 코치들에게 맞춤복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단순히 전통을 지킨다고 해서 고마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몰 감독은 "그는 타인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며 "특히 예상하지 못할 때 더 그렇다"고 말했다. 몰리나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던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41)는 "많은 사랑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몰리나는 후배들에게 리더로서 많은 도움을 줬다. 지난해까지 몰리나와 배터리를 이뤘던 김광현(34·SSG)은 한국 복귀 기자회견에서 "2년 동안 적응이 힘들었다"며 "적응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준 몰리나에 고맙다고 하고 싶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2004년 빅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몰리나는 지난해까지 18시즌을 세인트루이스에서만 보낸 선수다. 10번의 올스타와 9번의 포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양대리그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는 플래티넘 글러브도 4차례 받았다. 또한 2006년과 2011년에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세인트루이스와 1년 1000만 달러 연장계약에 합의한 몰리나는 2022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퇴를 앞둔 전설은 그렇게 구단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하나 더 남기게 됐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의 김광현(오른쪽)과 야디어 몰리나.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