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데뷔 첫 선발승이 눈앞인 21세 투수를...' 5회 가차없이 교체, 냉철했던 사령탑
2022.05.05 17:32:23

1회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는 두산 최승용.

 

데뷔 첫 선발승이 눈앞에 있었지만 사령탑은 그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김태형(55) 두산 감독과 투수 최승용(21·두산)의 이야기다.

두산 베어스는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9-4로 승리했다. 어린이날 더비에서 승리한 두산은 이번 시리즈를 2승 1패 위닝시리즈로 마쳤다. 두산은 16승 12패, LG는 15승 14패를 각각 기록했다. 이제 두산은 안방에서 KT와, LG는 창원으로 이동해 NC와 각각 주말 3연전을 치른다.

이날 두산 선발 투수는 최승용. 양오초-모가중-소래고를 졸업한 최승용은 2021년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15경기서 승패 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했다. 이어 올 시즌에는 이 경기 전까지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마크했다. 지난달 23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첫 승리를 따냈는데 구원승이었다.

최승용의 두 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다. 경기에 앞서 김태형 감독은 최승용에 대해 "지든 이기든 해야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어린이날, LG전이라는 것을 떠나 본인 공을 잘 던져주길 바란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승용은 그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1회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 세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했다. 2회 첫 실점이 나왔다. 1사 1루서 오지환에게 우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3회 1사 후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홍창기를 3루수 파울 플라이 아웃, 김현수를 2루 땅볼 아웃으로 각각 잡아냈다.

4회에는 2사 후 오지환에게 중월 2루타를 내줬다. 이어 후속 김민성의 타구를 허경민이 잡지 못한 채 뒤로 빠트리는 실책을 범했고, 오지환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서건창을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최승용의 호투에 두산 타자들도 힘을 냈다. 1회와 4회 각각 3점씩 뽑은 뒤 5회초에도 2점을 추가했다. 점수는 8-3, 5점 차까지 벌어졌다. 이어진 5회말. 이제 최승용이 마운드에 올라 1이닝만 책임지면 데뷔 첫 선발승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런데….

김태형 두산 감독이 움직였다. 5점 차 리드를 안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과감하게 투수 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최승용을 내리고 마운드에 두 번째 투수 김명신을 올렸다.

이미 최승용의 투구 수는 정확히 80개에 달하며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 수를 경신한 상황이었다. 이제 데뷔 2년차. 더 이상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벤치의 결정으로 보였다. 한편으로는 개인 성적보다 늘 팀을 우선시하는 김 감독의 성향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LG는 '에이스' 켈리를 5이닝까지 끌고 가다가, 결국 5이닝 11피안타 8실점(6자책)의 최악 성적표만 떠안고 말았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이승엽 해설위원은 이 지점을 두고 "보통 지도자라 생각하면,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승리 투수 요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한 이닝을 더 채워주겠죠"라면서 "그러나 여지없이 80구가 되니까 (투수를) 바꿔버렸다. 결단력이 대단하다"고 김 감독의 결정을 치켜세웠다.


김태형 두산 감독.

최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