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 타율 8푼대 실화? 두산 이러려고 115억 올인했나?
2022.05.09 19:59:03

두산 김재환 / OSEN DB

 

[OSEN=잠실, 이후광 기자] 115억원이라는 거액이 주는 중압감 때문일까. 통산 206홈런에 빛나는 ‘잠실 거포’ 김재환(34·두산)이 FA 계약 첫해를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재환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5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 3삼진 1볼넷으로 침묵했다.

KT 선발투수 소형준을 만나 전혀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0-1로 뒤진 2회 선두로 등장해 1B-2S에서 4구째 커터(141km)에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여전히 0-1로 끌려가던 4회 1사 후에는 2B-2S에서 커브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후 0-4로 뒤진 6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8구 끝 소형준에게 볼넷을 골라냈으나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0-5 열세에 처한 마지막 9회 1사 후 KT 마무리 김재윤을 만나 2B-2S에서 7구째 포크볼에 다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올 시즌 첫 3삼진 굴욕을 당한 날이었다.

김재환의 타격 부진이 심상치 않다. 그래도 홈런을 5개 치며 이 부문 5위에 올라있지만 다른 지표가 115억 4번타자의 명성에 전혀 걸맞지 않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 침묵 속 시즌 타율이 2할5리, 최근 10경기 타율이 8푼6리까지 떨어졌고, 그 외 출루율(.282), 득점권타율(.258) 역시 상당히 저조하다. 반면 삼진은 33개로 전체 4위에 올라 있는 상황. 두산의 4번타자 타율은 2할2리로 리그 꼴찌다.

김재환 과거 두산과 KBO리그를 동시에 대표하는 거포였다. 2016년 37홈런을 치며 베어스 4번타자로 도약한 그는 2017년 35홈런을 거쳐 2018년 타율 3할3푼4리 44홈런 133타점 장타율 .657 출루율 .405의 맹타를 휘두르며 정규시즌 MVP의 영예를 안았다. 공인구 변화와 함께 잠시 주춤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 2년 연속 25홈런으로 4번타자의 위상을 되찾았다. 


두산 김재환 / OSEN DB


김재환은 이에 힘입어 올 시즌을 앞두고 원소속팀 두산과 FA 계약에 골인했다. 조건은 4년에 계약금 55억원, 연봉 55억원, 인센티브 5억원 등 총액 115억원으로, 이는 지난 2017년 1월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 2018년 12월 NC 양의지(4년 125억원)에 이은 KBO리그 역대 FA 총액 3위에 달하는 규모였다. 2017년 12월 LG와 4년 115억원에 계약한 김현수와 공동 3위.

그런 김재환이 4월 타율 2할2푼9리에 이어 5월 9푼5리로 헤매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한방이 있는 양석환, 김인태가 모두 부상 이탈한 상태서 김재환까지 슬럼프를 겪으며 장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의 시즌 팀 홈런은 12개로 역시 리그 최하위. 1위 롯데와는 무려 10개 차이가 난다.

두산은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FA 자원들을 타 팀으로 떠나보냈다. 어려운 모기업 사정으로 인해 매 년 선택과 집중 속 비용을 절감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는 4번타자 김재환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두산이 구단 처음으로 100억대 베팅을 하며 잠실 거포의 기를 제대로 살려줬다.

다시 말해 김재환만큼은 구단과 베어스 팬들의 신뢰와 기대에 무조건 부응할 필요가 있다. 두산이 2할대 초반의 시즌 타율을 보기 위해 어려운 사정 속 거액을 투자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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