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비력의 유효기간, 벌써 가물거리나?
2022.05.09 20:49:06

 

[OSEN=백종인 객원기자] 어제(8일) 사직 경기. 1-1로 팽팽하던 5회 원정 팀 공격이다. 1사 후 8번 이재현이 내야안타로 나갔다. 투수 키를 넘는 바운드였지만, 2루수가 건지지 못했다. 하긴. 잡아도 1루는 어려웠다. 어쩔 수 없는 코스였다.

그 다음이 문제다. 9번 김현준은 쉬운 투수 땅볼이다. 1-6-3 또는 1-4-3의 더블 플레이가 충분했다. 그런데 묘한 상황이 나왔다. 찰리 반즈의 송구가 2루에서 빠졌다. 병살은 커녕 아웃 1개도 잡지 못한 것이다. 이닝 종료, 최소한 2사 1루가 될 상황이었다. 그게 1사 1, 2루로 달라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1사 (또는 무사) 1루가 되면 투수는 키스톤 콤비와 사인을 나눈다. 누가 2루에 들어갈 지에 대한 사전 약속이다. 송구할 대상을 정하는 셈이다. 아마 실전에서는 유격수(이학주)가 역할을 맡았을 것이다. 좌타자(김현준)의 타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구 방향이 공교로웠다. 투수 쪽이지만, 유격수 앞이기도 했다. 이학주가 몇 걸음 달려들었다. 때문에 2루에서 혼선이 생겼다. 마침 안치홍이 글러브를 번쩍 들었다. 자신이 베이스-인 하겠다는 의사였다. 하지만 이학주가 반즈의 송구를 잡으려 몸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겹침 현상이 생겼다. 공은 안치홍의 글러브 속에 들어가지 못했다. (기록은 2루수 실책)

반즈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자제하려 애썼지만, 표정은 일그러졌다. 결국 여기서 호세 피넬라의 적시타가 나왔다. 스코어 1-1이 1-2로 달라졌다. 와중에 실책 하나가 추가됐다. 우익수(추재현)가 공을 놓쳐 1루 주자를 3루까지 보내 준 것이다.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진땀 나는 진행이 이어졌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이학주와 안치홍이 5회초 1사 1루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 투수앞 땅볼때 2루에서 충돌하며 실책을 범하고 허탈해하고 있다. 2022.05.08 / foto0307@osen.co.kr



동래구 사직동은 지난 주말 내내 들끓었다. 이틀 연속 매진 사례(2만2990명)다. 2018년 이후 4년만의 북적임이다. 관중석은 흥겨움으로 가득했다. ‘부산 갈매기’가 뜨겁게 울려퍼졌다. 그런데 곧 싸늘해졌다. 기대치 이하의 내용 탓이다. 라이벌 라이온즈에 뼈아픈 스윕을 당했다. 일요일엔 관중석 한 켠이 썰렁했다. 1만6456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불과 일주일 전이다.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잠실 트윈스전을 쓸어담았다. 10년 만의 경사였다. 투타의 밸런스가 척척 맞아떨어졌다. 선발-셋업-마무리가 조화를 이뤘다. 타선은 아래, 위에서 연달아 터졌다. 장타는 물론이다. 적시타, 진루타, 희생타가 요소요소에서 조합을 이뤘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게 있다. 수비진의 활력이다. 내외야 가릴 게 없다. 파인 플레이에 갈채가 터졌다. 한동희, 이학주, 전준우, 정훈의 눈부신 캐치가 이어졌다. 촘촘한 그물망, 안정감 넘친 합작, 매끄러운 연결 동작…. 오래 전 잊었던 말들이다. 그런 찬사가 쏟아졌다. 딕슨 마차도를 보내고 불안하던 팬들의 잠자리가 모처럼 편해졌다.

래리 서튼 감독도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다. “내외야 수비들이 첫 발 스타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좌우 움직임도 나아졌다. 새로운 외야수(조세진)의 가세도 플러스 효과로 나타난다”며 흡족한 관전평이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래리 서튼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2.05.08 / foto0307@osen.co.kr


하지만 지속적이지 못하다. 상승세는 곧바로 꺾였다. 단지 디펜스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연관성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주중 수원 경기(3일)부터 흔들림이 시작됐다. 이학주가 연이어 악송구를 범했다. 1점 차 팽팽하던 6회 2사 후였다. 비자책 실점이 생겼다.

주말 첫 경기(6일)도 비슷했다. 이번에는 한동희, 전준우의 실수가 추가 진루를 허용했다. 수비는 공격력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았다. 무력한 0-5 패배로 나타났다. 불안함은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간 1승 5패의 하락세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7일 이틀 연속 만원관중을 기록한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2022.05.07 / foto0307@osen.co.kr


단지 숫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팀실책은 31게임서 27개다. 더 많은 팀도 있다. 한화 39개, 두산 36개, 삼성과 NC가 34개, KIA는 33개다. 따지자면 중간 정도다. 그런데도 유독 부각된다. 아마 낙인 때문이리라. 긴 침체기 동안의 불안감 탓이다.

결국 극복의 문제다. 어차피 실수/실책은 나오기 마련이다. 하루 아침에 수비가 개선될 리 없다. 다만 후유증을 줄여야 한다. 초조함, 강박에 사로잡혀 멘탈이 무너지는 게 더 치명적이다. 투수가 막아주면 된다. 공격력으로 만회하면 된다.

이제 겨우 5월이다. 유효 기간을 따지기는 이르다. 사직구장을 가득 채운 것은 오랜 염원이었다. 벌써 그걸 외면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