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없이 스피드 버렸다” 애증의 1차지명 잠수함, 몸과 마음 모두 변했다
2022.05.15 13:36:47

OSEN DB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미련없이 스피드 버렸다.”

롯데 자이언츠 잠수함 서준원은 현재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사이드암 투수에서 140km 안팎으로 구속을 떨어뜨린 대신 팔 각도까지 내리며 무브먼트로 승부하는 언더핸드 투수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2019년 1차지명으로 입단했고 초반에는 핵잠수함 선발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입단한 뒤 적지 않은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레벨은 아마추어와는 달랐다. 서준원에게 냉정한 잣대를 댔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투구 내용에 기복이 컸고 성장통을 앓았다. 성장세는 주춤했다. 지난해 26경기 1승3패 3홀드 평균자책점 7.33으로 주저앉았고 부상까지 찾아왔다.

같은 1차지명 선후배들인 한동희(2018년), 최준용(2020년)은 이제 투타의 기둥으로 올라서고 있는 가운데 서준원만 제자리 걸음이었다. 오히려 입단 당시보다 퇴보했다는 혹평도 들어야만 했다. 서준원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비판이었다.

구단도 고심이었다. 재능을 완전히 꽃피우지 못하고 그저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경우는 무수히 지켜봤다. 그러나 서준원이라는 재능을 이대로 썩히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패착을 자인하는 꼴이었다.

애증의 존재에게 구단도 결단을 내렸다. 서준원에게 팔각도를 내리자고 제안했다. 선수도 받아들였다. 다이어트라는 자신과의 싸움도 확실하게 병행했다.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서준원은 지난해에 비해 약 10kg 가량 감량을 했다. 팔각도를 내린 것 역시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서튼 감독은 “서준원에게 최적화된 팔각도를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2군 코칭스태프의 지도 하에 많은 훈련을 거쳤다. 구속 대신 무브먼트를 극대화했고 그 성과는 데이터로도 확인이 됐다”라고 말하며 서준원의 변신이 긍정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체중도 많이 줄였다”라고 말하며 다이어트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4월 말 콜업됐고 4월22일 삼성전 2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실점을 했지만 변화와 과정에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다. 그러다가 26일 SSG전에서는 ⅔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과거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4일 KT전, ⅓이닝 무실점, 5일 KT전에서는 선발 스파크맨의 0이닝 6실점 대참사 이후 올라와 5이닝 3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희망을 봤다. 그리고 12일 NC전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14일 한화전은 4⅓이닝을 단 1피안타로 깔끔하게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현재로서는 선발진에 들어가기 힘들고 불펜에서도 필승조 라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프로에 입단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던 투수는 롱릴리프와 추격조 보직부터 다시 시작 중이다.

비교적 긴 이닝을 던질 때가 많은 서준원은 휴식일이 어느정도 보장된다. 이 휴식일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경기 전 구단 R&D팀과 리키 마인홀드 투수코치와 함께 낮아진 팔각도에 익숙해지기 위해 불펜장을 머무는 시간이 길다. 때로는 현역시절 잠수함 홀드왕을 차지하기도 했던 임경완 불펜코치가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한다.

12일 사직 NC전을 앞두고도 서준원은 직접 공을 던지진 않았지만 바뀐 팔각도로 던지는 자세를 반복해서 취했다. 서준원은 “폼을 바꿨으니까 바뀐 폼으로 감을 계속해서 익히려고 한다”라며 “이제 미련없이 스피드를 버렸다”라고 말하면서 홀가분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있음을 밝혔다.

구단 관계자들은 “서준원이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다만 결과가 아직 안따라준다”라고 입을 모은다. 서준원의 변화는 성장통을 끝내는 계기이자 커리어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