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번트의 덫에 걸린 1번 타자, '롯데판 이용규'로 성장하려면?
2022.05.30 12:27:07

 

[OSEN=최규한 기자] 롯데 황성빈. 2022.05.20 / dreamer@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25)은 롯데에 없던 유형의 선수로 등장과 동시에 기대감을 품게 했다. 젊음의 패기와 간절한 눈빛, 허슬플레이를 아끼지 않는 투지 등을 연신 선보이고 있다.

소래고-경남대를 거쳐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된 황성빈은 지명 받고 2군 경기도 치르지 않은채 곧장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지난 겨울 전역해서 예비역이 된 황성빈은 롯데가 추구하려고 했던 기동력과 세밀한 야구를 실현시켜 줄 운동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래리 서튼 감독은 “공수주에서 야구 센스도 있다”라고 황성빈을 설명했다. 김평호 주루코치는 “활발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시범경기부터 테스트를 하기 위해 서튼 감독님에게도 추천을 했다. 감독님도 동의하셨지만 당시 컨디션 난조로 잠시 잊혀진 선수가 됐다가 지금 기회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컨디션 난조의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었다는 후문.

육성선수 신분에서 5월 1일 콜업과 동시에 정식선수로 전환된 황성빈은 곳곳에서 존재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14일 한화전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렀고 기습번트 안타만 2개를 때려내며 신고식을 마쳤다. 이튿날인 15일에는 3안타 경기를 펼쳤다.

18일 KIA전에서는 내야 뜬공 타구를 상대 수비진이 놓쳤고 베이스가 비어있는 틈을 타 2루와 3루를 연달아 점령하는 야구 센스를 선보였다. 당시 서튼 감독도 “그런 플레이를 본 적이 없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황성빈의 과감한 플레이와 무모한 플레이는 한 끗 차이다. 환호와 탄성을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탄식을 불러일으키는 장면도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 29일 키움전이 대표적이었다.

1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2루 도루까지 단숨에 성공했다. 장두성이 삼진을 당해 1사 1루가 됐고 타석에는 현재 롯데의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 이대호가 등장했다. 그런데 황성빈은 3루 도루를 감행했고 아웃을 당했다. 가장 잘 치는 타자 앞에 득점권 기회가 마련됐는데 불구덩이로 뛰어들었다. 결국 주자가 사라졌고 선취점에 실패했다.

0-2로 끌려가던 5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도 과한 의욕이 절호의 기회를 무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2사 상황에서 무리하게 기습번트를 시도했는데 이 타구가 떴고 포수 파울플라이가 됐다.

황성빈은 14일 한화전에서 데뷔 첫 안타와 두 번째 안타를 모두 기습번트로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황성빈은 거의 매 타석 번트 모션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황성빈=번트’의 이미지가 굳게 박힌 상황. 상대를 흔들어보려고 하더라도 이제는 대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성빈은 번트의 덫에 걸린 듯 계속 자세를 취하고 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5회말 2사 2루 내야 플라이볼을 치고 KIA 타이거즈 이준영과 박찬호가 놓치는 사이 2루를 돌아 비어버린 3루까지 내달려 세이프되고 환호하고 있다. 2022.05.18 / foto0307@osen.co.kr

 

이날 중계를 맡은 염경엽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황성빈 선수는 롯데의 미래 1번 타자로 성장해줬으면 좋겠다. 눈빛이 살아있고 이런 선수들이 성공했으면 좋겠다”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날 5회 번트 아웃에 대해서는 “번트보다는 공격적으로 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주자가 3루에 있는 상황에서 번트를 댄다고 하더라도 3루 주자가 알지 못하면 못 들어온다. 본인만 살려고 하는 번트”라면서 “번트는 제2의 카드가 되어야 한다. 컨디션이 떨어졌을 때 기습번트로 출루하며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치는 게 우선이다.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 자기 스윙을 해야 한다. 코칭스태프에서 잘 이끌어줘야 할 것 같다”라고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방향성도 나름대로 제시했다. 염 해설위원은 “이용규의 야구를 해야할 것 같다”라고 했다. KBO리그 최정상급 리드오프로 군림한 이용규처럼 컨택과 센스, 빠른 발을 활용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전준우, 한동희, 정훈 등의 핵심 선수들이 빠지고 6연패 수렁에 들어섰지만 황성빈이라는 리드오프 선수를 찾아낸 것은 연패 기간 중 나름의 소득이다. 하지만 경험을 하면서 발전하고 달라질 점도 확인했다. 롯데가 애타게 찾았던 유형의 선수인 황성빈은 확실한 1번 타자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