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해진 비난 목소리 “선수 팔아먹는 구단…”
2022.05.30 18:53:18

[OSEN=부산, 이석우 기자] 27일 롯데전을 승리한 키움 히어로즈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5.27 / foto0307@osen.co.kr

 

[OSEN=백종인 객원기자] 홈 팀의 출발은 괜찮았다. 1회 선두 황성빈이 안타로 나갔다. 다음 타자 초구부터 적극적이다.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번트 시도가 안 먹혔다. 1사 2루. 이대호 타석에 또 달린다. 역시 초구에 3루 도전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포수 송구가 완벽했다. 찬물을 끼얹으며 기싸움에서 밀렸다. 이후는 일방적이다. 뚜렷한 전력 차이다. 원정 팀이 4-0으로 압도했다. 주말 3연전을 모두 쓸어 담는다. 6연승의 휘파람이다. (29일 사직, 롯데-키움전)

특기할 점이 있다. 이날은 주전 포수가 쉬는 날이다. 이지영 대신 김재현이 안방을 지켰다. 그럼에도 상대를 잠재웠다. 1회 도루 저지는 물론이다. 마운드와 호흡도 좋다. 팀 완봉을 리드했다(7회 교체). 타석에서는 적시 2루타도 터트렸다(7회).

히어로즈가 상승세다. 안정적인 상위권을 유지한다. 지난 25일 2위로 올라섰다. 이후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선두 SSG와는 5게임 차이로 좁혔다.

불과 한 달 전이다. 이슈의 중심이었다. 핵심 전력을 내보낸 탓이다. 포수 박동원의 트레이드 발표였다. 내야수 김태진과 신인 지명권이 교환됐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생겼다. 리그의 급브레이크다. KBO가 총재 직권을 발동시켰다. ‘승인 보류’라는 이례적 조치다. 현금 10억원이라는 조건이 문제였다. “세부 내용을 신중히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조치다.

보류는 1박 2일간 지속됐다. 그동안 박동원과 김태진은 뛰지 못했다. 결국 승인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선수 팔아서 구단 운영한다’는 목소리들이다.

따지고 보면 괜한 말은 아니다. 주력 선수가 줄줄이 빠져나갔다. 마무리 조상우의 입대는 어쩔 수 없다 치자. 주포 박병호를 FA로 잃었다. 여기에 포수까지 내보내면 전력 약화는 뻔하다. 10억원과 결부되면 우려할 일처럼 보인다. ‘파행이다.’ ‘혼란을 초래한다.’ ‘질서를 어지럽힌다.’ ‘리그 수준을 떨어트린다.’ 그런 걱정들이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키움 홍원기 감독이 롯데전 승리로 100승을 달성한 후 이정후와 선수들로부터 축하 꽃다발과 공을 선물 받고 있다. 2022.05.29 / foto0307@osen.co.kr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트레이드) 두 팀이 모두 승승장구한다. (주력을) 내준 팀은 5위에서 2위로 올라갔다. 받은 팀도 7위에서 4위로 점프했다. 말 그대로 윈윈이다.

물론 평가는 이르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하다. 비난과 우려는 머쓱해졌다. ‘승인 보류’도 민망한 조치였다. 이제 와서 보면 그렇게 됐다. 과거의 허물로 현재를 재단하는 건 섣부른 일이다. 지금은 따가운 시선을 견딘 땀과 꿋꿋함에 갈채를 보낼 시간이다.

또 하나가 있다. 지적돼야 할 지점이다. 그들을 향한 손가락질, 수군거림….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주장하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마구잡이는 곤란하다. 실제로 논증해야 한다. 선수팔이로 경기력이 약해지고, 그래서 리그의 격(格)을 떨어트린다는 힐난. 그걸 실력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아니면 무능한 뒷담화에 불과하다. 입증의 책임은 주장한 자들의 몫이다.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