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지났다…성민규 프로세스, 지금까지 결과가 최선인가요?
2022.06.02 17:05:54

롯데 성민규 단장. /OSEN DB


[OSEN=사직, 한용섭 기자] 2019년 9월 3일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7월 사임한 이윤원 단장 후임으로 성민규 단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파격이었다. 당시 37세 젊은 야구인을 단장으로 임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이대호와 동갑이다.

성민규 단장은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뉴질랜드를 거쳐 미국에서 야구 유학을 했다. 2007년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KIA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그러나 1군 데뷔는 하지 못하고 2군에서 뛰다가 한 시즌 만에 방출됐다. 이후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코치, 환태평양 스카우트 이력으로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경험했다.

취임 당시 성민규 단장은 "적극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잠재력 있는 우수선수 스카우트(해외, 트레이드, 신인 등) 과학적 트레이닝, 맞춤형 선수육성 및 데이터 기반의 선수단 운영 등에 집중할 것이며 직접 경험한 메이저리그 운영 방식을 롯데 자이언츠에 맞춰 적용하겠다" 라고 포부를 밝혔다.

2019시즌이 끝나고 대대적인 선수 방출로 선수단 몸값을 줄이면서 2군을 젊은 선수들의 육성 무대로 바꿨다. 2군 선수단이 사용하는 상동구장에 많은 투자를 하며 육성에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비시즌 유망주 선수들을 호주 질롱코리아에 보내 뛰게 했고, 윤성빈 등 젊은 투수 유망주들은 미국의 투수 교육 기관인 드라이브라인으로 보내 교육을 받게 했다.

5월 31일 LG전, 성 단장이 선임된 지 1001일째 되는 날이었다. 33개월이 지났다.

서튼 롯데 감독은 이날 LG전에 앞서 롯데 라인업이 공개되자 “우리 라인업이 가장 어린 라인업일 것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19세 신인 3명(조세진, 한태양, 윤동희)이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것을 말하는 것. 주전 한동희, 전준우, 정훈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이들이 출장했다.

‘19세 신인 3명 선발 출장’이라는 KBO리그 최초 진기록을 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롯데의 뎁스가 그만큼 얇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인 3명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만큼 이대호, 전준우, 안치홍, 정훈 이후의 중간층에서 팀의 중심이 되는 타자가 없다. 한동희가 유일한 셈이다.

한동희와 정훈은 5월 31일과 1일 이틀 연속 퓨처스리그에 출장하며 1군 복귀가 임박했다. 그러나 부상자가 복귀하더라도 여전히 롯데의 해결되지 않는 고민은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FA 이적한 포수 강민호의 빈자리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겨울에는 프랜차이즈 외야수 손아섭을 NC로 떠나보냈다.

성 단장의 첫 트레이드는 2019시즌이 끝나고 한화에 투수 장시환, 포수 김현우를 보내고 포수 지시완, 내야수 김주현을 데려오는 트레이드였다. 강민호 이적 후 해결되지 않는 포수 문제를 지시완 카드로 해결하고자 했다. 당시 FA 시장에 나온 포수 김태군과 이지영에게 48시간 통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제대로 협상을 하지 않고 영입의 뜻을 접었다.

현재 지시완은 여전히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지시완은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서튼 감독은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다, 리셋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지시완과 함께 정보근, 안중열 3명으로 포수진을 운영하고 있는데, 포수 뎁스는 리그 최하위 수준이다.


2020년 9월 11일 삼성-롯데전. 경기에 앞서 손아섭이 1500경기 출장 KBO 시상식을 갖고 성민규 단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OSEN DB


손아섭은 지난 겨울 FA 자격을 재취득했고, 롯데와 잔류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결국 더 좋은 조건(4년 64억원)을 제시한 NC로 떠났다. 성 단장은 손아섭의 가치를 30억원대로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전준우의 계약(4년 34억원)과 비슷하게 손아섭을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손아섭을 놓친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성 단장은 손아섭에게 최종 4+2년 59억원을 제시했다고 공개했다. 연평균 금액에서 NC는 16억원, 롯데 제시액은 10억원에 조금 모자란다.   

손아섭이 떠난 후 성 단장은 “추재현의 언더 상대성적, 김재유의 우완 상대전적, 신용수의 좌완 상대전적을 합하면 손아섭을 대체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현재 추재현, 신용수는 모두 2군에 있다. 김재유는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손아섭의 빈자리에 고졸 신인이 뛰고 있는 현실이다.

성 단장은 2020시즌이 끝나고 KT에 투수 박시영, 내야수 신본기를 보내고 투수 최건, 2022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2021년 7월에는 NC 좌완 강윤구를 데려오며, NC에 2022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지명권을 양도했다. 2021년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 31일에는 KT에 내야수 오윤석, 포수 김준태를 내주고 투수 유망주 이강준을 받아오는 트레이드를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부터 이학주를 데려와 유격수 자리를 채웠고, 투수 최하늘과 202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양도했다.

유망주 수집이라는 성과는 있지만, 야수진 뎁스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외야의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장두성, 내야에 배성근, 김민수, 이호연 등이 있는데 서튼 감독은 LG전에 조세진(우익수), 한태양(3루수), 윤동희(1루수) 신인 3명을 선발 출장시켜야 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롯데 팬들이 바라는 가을야구, 그리고 우승을 위한 프로세스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