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 후 다음 날, 감독 찾은 내야수는 미안함에 펑펑 울었다
2022.06.06 22:27:36

키움 전병우./사진=OSEN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키움은 9회말 1사 1루까지 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이때 대타 전병우(30)가 타석에 들어섰고, 곧 마무리 장시환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크게 넘기는 동점 투런 아치를 그렸다. 이후 야시엘 푸이그(32)의 역전 솔로포가 터졌고 키움은 짜릿한 4-3 역전승을 거뒀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이 장면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전병우가 최근 마음고생이 심했고, 왠지 모르게 현역 시절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전병우는 경남중-개성고-동아대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8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2018년 1군 데뷔 후 내야 유틸리티로 활약했고 2020년 4월 차재용과 함께 추재현의 반대급부로 키움에 트레이드됐다. 키움에 와서도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성실한 선수였고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소금 같은 활약을 했다. 특히 올해는 주전 1루수들이 연이어 이탈한 공백을 골드글러브급 수비로 메웠다.

부상으로 두 달을 쉬는 동안 키움 경기를 1~2게임 빼고 전부 시청했다던 김웅빈(26)은 "(전)병우 형이 정말 눈에 띄었다. 방망이도 좋았지만, 수비가 진짜...."라며 혀를 내둘렀었다. 타석에서도 올 시즌 성적이 타율 0.213으로 저조함에도 결승타는 이정후(24), 송성문(26), 김혜성(23) 다음일 정도로 결정적인 순간에 빛나는 일이 많았다.

그런 전병우에게 최근 힘든 일이 있었다. 지난달 26일 잠실 LG전에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제재금 50만 원 처분도 받았다. 하지만 제재금 50만 원보다 자신을 대신해 1루 수비를 나섰던 김태진(27)이 부상을 당한 것에 더 마음이 쓰였다.


키움 전병우(가운데)./사진=뉴시스


사직 원정을 떠난 다음 날 아침 전병우는 홍원기 감독을 찾아와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홍 감독은 "(자신의 퇴장에서 이어진 김태진의 부상에) 굉장히 미안해했다. '너무 죄송하다'면서 눈물을 쏟는데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이 더 아팠다. 그래서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다독여줬지만, 본인은 생각이 달랐던 모양"이라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현역 시절 자신과 닮은 제자이자 후배의 모습에 홍 감독의 마음도 착잡했다. 홍 감독 역시 1996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내야수였으나, 기대에 비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하지만 해결사적인 면모가 있었고, 두산으로 2:1 트레이드된 후부터 그런 면이 더욱 부각됐다.

홍 감독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 그런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짚어주면서도 많이 달래줬다. 나도 가끔 나가서 안타 치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안다. 주전 선수들은 하루에 3~4타석 이상 보장이 되지만, 백업 선수들은 가끔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 타석이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고 소중하다"고 이해했다.

그러면서 "(전)병우에게 '마치 내 현역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자주 경기를 내보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 팀에 굉장히 필요한 선수고, 병우에게도 '너는 우리 팀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진심을 전달받은 전병우는 다행히 기운을 차렸다. 홍 감독은 "그날부터 (전)병우가 더그아웃에서 남들보다 더 밝게 하고 열심히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참 고마웠다"면서 "경기에 자주 못 나가는 상황에서 그런 홈런을 친다는 것은 선수한테도 굉장한 동기부여가 되고 힘이 된다. 우리 팀으로서도 병우의 홈런이 팀의 불씨를 다시 한 번 살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홍원기 감독(왼쪽)과 전병우./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