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대혼돈' 38살 1이닝 백업 포수 책임인가, 괴로움에 나홀로 경기장 떠나지 못했다
2022.06.11 13:43:22

LG 허도환이 10일 잠실 두산전을 마친 뒤 더그아웃에 남아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9회 9점 차라는 리드는 꽤 넉넉해 보였다. 단 1이닝만 책임지기 위해 포수 마스크를 쓴 건 '38세 백업 포수' 허도환.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불펜의 난조 속에 6실점을 허용했고, 3점 차로 좁혀지자 결국 LG는 '클로저' 고우석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나홀로 더그아웃에 남아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허도환이었다.

10일 잠실 두산-LG전. LG는 2회 박해민의 그랜드 슬램을 포함해 7회 채은성의 2점 홈런, 8회 대타 손호영의 투런포를 앞세워 10-1을 만들었다.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68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에 성공한 켈리의 7승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LG는 주전 포수 유강남이 8회초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이어진 8회말 LG의 공격. 2사 1루서 5번 오지환 타석 때 허도환이 대타로 투입됐다. 결과는 유격수 앞 땅볼 아웃. 이제 9회 단 1이닝 동안 안방은 허도환의 몫이었다.

그런데 불펜진이 흔들렸다. 9회 마운드에 오른 백승현이 연속 볼넷을 내줬고, 결국 1사 1,2루서 김인태에게 우월 스리런포를 얻어 맞았다. 계속된 1사 1루서 최동환이 투입됐으나 2사 후 박계범에게 볼넷을 내준 뒤 안권수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허용했다. 순식간에 10-1이었던 점수가 10-6으로 4점 차까지 좁혀졌다.

LG는 진해수를 올렸으나 페르난데스가 중전 적시타를 쳐냈다. 결국 3점 차가 되면서 고우석까지 호출했고, 양석환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승리로 끝났지만, 단 1이닝만 수비를 소화한 허도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투수와 함께 배터리로 운명을 같이 하는 안방마님이라는 자리. 볼 배합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투수 리드를 잘하지 못했다고 책임감을 느낀 것일까. 허도환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1루 쪽 더그아웃 불펜 옆 벤치에 앉아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때로는 머리를 감싸쥔 채로 괴로워하는 듯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거의 15분이 넘은 뒤에야 짐을 싼 채 3루 쪽 라커룸으로 향했다.

허도환은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뒤 넥센(현 키움)과 한화, SK(SSG 전신), KT에서 뛰었던 베테랑이다. 2018년 SK와 지난해 KT에서는 우승까지 경험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획득한 그에게 손을 내민 건 LG 트윈스. 2년 총액 4억원이라는 금액을 안겼다.

그리고 올 시즌 허도환은 26경기에 출전, 타율 0.250(32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4득점 OPS 0.711로 백업 포수로서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사실 9회 대량 실점을 한 게 오롯이 허도환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FA 계약 후 "LG 트윈스에서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하겠다는 각오로 뛰겠다"던 허도환은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LG 허도환(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