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심적으로 편해요”…‘1할대 부진 끝’ 60억 FA가 드디어 웃는다
2022.06.11 14:21:21

LG 박해민 / OSEN DB


[OSEN=잠실, 이후광 기자] 시즌 초반 마음고생이 심했던 LG의 60억 FA 외야수 박해민(32)이 마침내 미소를 되찾았다.

박해민은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과의 시즌 7차전에 2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맹타로 라이벌전 승리를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했다. 특유의 야구센스가 돋보인 타석이었다. 1회 무사 1루서 등장해 초구부터 상대 허를 찌르는 번트 안타로 출루한 것. 워낙 타구가 굴러간 방향이 절묘했고, 그 사이 빠른 발을 이용해 1루 베이스를 일찌감치 밟았다. 이는 오지환의 1타점 선제 내야땅볼을 뒷받침한 출루였다.

백미는 두 번째 타석이었다. 1-0으로 리드한 2회 1사 만루 상황. 앞서 문보경-유강남이 연속안타, 홍창기가 사구로 만루를 만든 가운데 곽빈의 초구 145km 직구를 받아쳐 우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렸다. 5월 28일 잠실 삼성전 이후 약 2주 만에 나온 시즌 2호 홈런이었다. 아울러 삼성 시절이었던 작년 5월 23일 대구 KIA전 이후 약 1년 만에 개인 2호 만루홈런을 맛봤다.

경기 후 만난 박해민은 “나와 (홍)창기 스타일이 비슷해 항상 투수가 창기와 어떻게 승부하는지 유심히 지켜본다. 앞에서 창기가 몸쪽 공에 사구로 출루한 걸 보고 내게도 몸쪽 공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빠른 공도 생각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가볍게 스윙을 했고, 잠실이 워낙 크다보니 넘어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넘어가는 걸 확인하니 기분이 좋았다”라고 홈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해민의 진가는 수비에서도 드러났다. 1-0으로 앞선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박세혁이 케이시 켈리의 초구를 제대로 받아쳤고, 박해민이 이를 끝까지 쫓아가 워닝트랙에서 잡아냈다. 1루에 앉은 LG 홈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박해민은 “좋은 수비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며 “아무래도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서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고 수비와 타격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LG 박해민 / OSEN DB


시즌에 앞서 4년 총액 60억원에 LG맨이 된 박해민은 4월 한 달간 타율 1할8푼3리의 슬럼프를 겪으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때 시즌 타율이 무려 1할1푼1리까지 떨어진 날도 있었다. 생애 첫 이적과 함께 60억원이라는 금액에서 오는 부담감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해민은 날씨가 따뜻해진 5월을 터닝포인트로 삼았다. 5월 8일 NC전부터 12일 한화전까지 4경기 연속 3안타로 빠르게 감각을 끌어올린 뒤 5월 월간 타율 3할2푼을 기록했고, 6월 들어서도 꾸준히 기세를 잇고 있다. 시즌 타율도 2할6푼1리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박해민은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심적으로도 편해졌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연연하지 않고 편하게 경기를 하고 있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박해민은 반등 요인 중 하나로 리드오프 홍창기의 높은 출루율을 꼽았다. 홍창기의 끈질긴 승부 덕에 투수의 공을 미리 익히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박해민은 “앞에서 (홍)창기가 공을 많이 봐준다. 투구수를 늘려줘서 타이밍을 잡기가 용이하다. 삼성 시절에는 내가 그런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창기가 너무 살아나가서 투수가 날 상대할 때는 투구자세가 세트포지션으로 바뀐다. 난 와인드업에 타이밍을 맞췄는데 말이다”라는 웃픈 고충도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반등에도 만족은 없다. 시즌 초반 슬럼프가 워낙 길었고, 구단과 팬들의 신뢰에 부응하기 위해선 지금의 폼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박해민은 “선수들이 겨울에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지금 나오고 있다. 훈련량이 정말 많아서 그 때부터 잘 될 것 같았는데 지금 모두 잘해주고 있다”라며 “결국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매 경기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꾸준한 활약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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