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바꾸지?" 교체가 익숙했던 '탈LG' 이적생, 조급함 사라진다
2022.06.12 16:21:18

 

KT 장준원 /OSEN DB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왜 안 바꾸지?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KT 위즈 내야수 장준원(27)은 지난달 말, LG에서 트레이드되고 나서 꾸준히 1군에 머물고 있다. LG에서도 기대를 모았지만 2020년 1군에서 46경기, 68타석을 나선 게 한 시즌 최다일 만큼 장준원에게 기회는 한정적이었다. 본인의 문제였다고 자책하기도 했고 팀 내부적인 상황도 콜업이 여의치 않았다. 

장준원은 "LG에 있을 때는 위에 형들도 많았고 제가 비집고 들어가서 보여준 게 있었으면 기회를 많이 받았을텐데, 결과적으로 뛰어나게 뭘 보여준 적이 없었다"라면서 "KT로 오게 되고는 기회가 좀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기회를 주시려고 한다. 그렇기에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재 13경기 타율 3할(20타수 6안타) 1홈런 4타점 4득점 1도루 OPS .850의 기록.

유망주였지만 백업급 선수였다. 주어진 기회가 적었고, 득점권 기회가 만들어지면 타석에 들어서지 않고 교체되는 게 당연했다. 이런 생각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때쯤, 이강철 감독은 장준원을 농담삼아 꾸짖었다. 이강철 감독은 " 사실 애매한 선수들이 나갔을 때 힘든 게 그것이지 않나. 기회에서 걸리면 '나를 안부르나?' 벤치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장)준원이도 그런 상황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나를 왜 봐?'라고 했다. 그렇게 멘탈을 편하게해줄 수밖에 없다"라며 "기회에서 나는 안 빼니까 편하게 하라고 한다. 우리는 그런 선수들이 기회에서 만들어줘야 한다. 심리적으로 더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장준원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아마 수원에서 한화전이었을 것이다. 그때 기회가 왔다"라면서 "그때 (박)병호 선배님도 벤치에 계셨다. LG에 있을 때는 연장에서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연장도 아닌 정규이닝이었다. 바꿀 선수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바뀌지 않은 게 정말 처음이었다"라고 밝혔다.

반신반의했던 당시의 심경도 설명했다. 그는 "타석에 들어가면서서 계속 감독님을 쳐다보면서 들어갔다. 항상 교체됐기 때문에 '왜 나를 안 바꾸지?'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타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허탈함이 컸기 때문에 바꿀려면 애초에 빨리 교체되는 게 나아서 계속 감독님을 봤다"라고 되돌아봤다.

결과적으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장준원에게는 자신감을 충전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감독님께서 '대타 쓰지 않고 웬만하면 타석을 소화하게 해 줄테니까 자신있게 해라. 왜 나를 쳐다보냐'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자신있게 타석에 들어가도 칠까말까 하는데 쭈뼛쭈뼛해서 들어가면 결과는 당연히 안 좋다. 후회가 남을 바에 자신있게 하고 결과는 그 다음에 생각하기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강철 감독은 장준원에게 기대가 크다. "100타석 정도 줘보면 어떨까"라면서 "파워가 있다. 심우준이 없으면 유격수로 뛰어줘야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OSEN DB

 

장준원에게 '100타석'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는 "2020년에는 부상선수가 돌아오면 저는 당연히 빠질 선수였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선수들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나가는 상황이었다. 조급함이 컸다"라면서 "지금은 아무래도 빈자리 어디든 편안한 마음으로 나가고 있다. 여유가 생기다 보면 언제든지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100타석을 들어선다면 참 괜찮을 것 같다. 좋을 수도 있도 안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뭐라도 시도할 수가 있으니까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다시 잡은 기회. 더는 뺏기고 싶지 않다. 그는 "조급한 것을 많이 덜어내려고 한다. 트레이드로 기회가 생겼는데, 또 조급하게 생각해서 잃고 싶지 않다. 한 번 잃어봤으니까 더 간절한 것 같다"라며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들 모두 조급해 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시니까 좀 더 릴렉스하게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