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위라니 기적...' 어떻게 백업이 주전을 제치고 '후보'에 올랐나
2022.06.15 15:21:25

 

1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삼성 포수 김태군. /사진=김우종 기자

 

"가문의 영광입니다."

지난해 12월 24일이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2018 시즌부터 주전 포수로 계속 활약했던 강민호(37)와 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4년 총액 36억원의 조건이었다.

이보다 앞서 12월 13일 삼성은 2:1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포수를 영입했다. 투수 심창민(29)과 포수 김응민(31)을 NC로 보내면서 데려온 건 바로 김태군(33)이었다.

앞으로도 당분간 삼성의 주전 포수는 강민호일지 모른다. 하지만 김태군은 이른바 '백업 주전'으로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민호는 올 시즌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15(158타수 34안타) 1홈런 22타점 11득점 OPS 0.559를 기록 중이다. 반면 김태군은 42경기서 타율 0.333(105타수 35안타) 12타점 11득점 OPS 0.793을 마크하고 있다. 김태군의 득점권 타율은 0.321, 대타 타율은 0.750에 달한다.

KBO 리그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 바로 올스타전이다. 그리고 지난 13일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따르면 김태군은 기적처럼 올스타전 베스트12 팬 투표 1차 중간 집계에서 전체 1위(33만4057표)에 올랐다.

사실 삼성 구단이 포수 포지션에 김태군을 후보로 내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일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서 후보에 오르게 된 걸까.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포지션별 올스타 후보는 운영팀에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면서 "김태군이 성적도 좋았고, 출전도 많은 편이었다. 또 최근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의 선택이 제대로 통한 셈이다.

가히 엄청난 인기라 할 만하다. 사령탑도 기쁨 가득이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14일 잠실 LG전에 앞서 "워낙 잘하고 있으니까 팬 분들께서 좋아하시는 것 같다"며 "NC에서 뛸 때부터 포수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춘 선수였다. 삼성에 와서 만개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준비가 돼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태군은 "가문의 영광"이라며 환하게 웃은 뒤 "지난해 힘든 시간도 있었다. 그래도 잘 버티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야구장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FA 때 없는 이야기도 많이 나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다 보니 이런 날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군이 올스타에 최종 선정된다면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베스트12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또 지난해 강민호가 최다 득표에 성공했던 삼성은 2년 연속 포수 올스타 선정 및 전체 최다 득표자 배출까지 노리고 있다.

김태군은 "좋은 선배(강민호)를 후배가 따라가야 한다. (오)승환이 형은 농담으로 '너가 지금 뭘 한다고 1등이냐'며 놀린다"고 크게 웃은 뒤 "정말 감사하다. 가족한테도 고맙다. 옆에서 묵묵히 잘 버텨줬다. 지금 야구장에서 정말 즐겁게 야구를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오승환(왼쪽)과 김태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김태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