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에는 160km 투수가 없나, 159km 파이어볼러의 생각은?
2022.06.17 02:56:30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OSEN DB


[OSEN=길준영 기자] 바야흐로 강속구의 시대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시속 160km가 넘는 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정교한 제구, 현란한 변화구 역시 위력적인 무기지만 투수들은 타자를 가장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강속구를 갈망한다.

메이저리그는 꾸준히 직구 평균 구속이 늘어나는 추세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스탯캐스트가 도입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메이저리그 직구 평균 구속은 93.1마일(149.8km)에서 93.9마일(151.1km)까지 증가했다. 평균 구속이 150km를 돌파하다보니 160km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160.9km)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총 36명. 최고 구속은 호안 듀란(미네소타)이 기록한 103.3마일(166.2km)다.

일본 역시 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1년 개최된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나선 센가 코다이(소프트뱅크), 올해 일본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사키 로키(지바롯데) 등이 대표적인 파이어볼러 에이스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는 투타겸업을 하면서도 최고 100.8마일(162.2km)을 뿌렸다. 또한 160km를 던지지 못하더라도 150km 중반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16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올 시즌에는 구원투수 조요한(SSG)이 지난달 21일 LG전에서 구단 트랙맨 기준으로 160.3km를 던진 것이 유일하다.

선발투수 중에서 160km에 가장 가까운 투수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다. 올해로 프로 5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안우진은 매 경기 최고 157~159km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160km의 벽은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도 160km에 한 번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안우진은 “158km, 159km까지는 나오는데 160km는 쉽지 않다. 지난번 수원 KT 전에서 전광판에는 160km가 찍혀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나중에 구단 기록을 확인해보니 159km까지밖에 나오지 않았다. 올해는 조금 힘들 것 같고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잘 준비를 해서 도전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제구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체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부담이 덜한 연습투구나 경기 초반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공식경기가 아닐 때는 160km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안우진은 오히려 중요한 상황에서 구속이 더 올라간다고 말한다.

안우진은 “연습을 할 때는 오히려 구속이 더 나오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팬들이 응원을 해주시고, 중요한 상황에서 아드레날린이 나올 때 구속이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작년에는 무관중 경기를 하거나 관중이 많지 않아서 텐션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올해는 육성응원도 가능해지면서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아마 모든 투수들이 동의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OSEN DB


왜 한국에는 160km를 던지는 투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걸까. 과거에는 메이저리그와 비교를 하며 체격 조건 차이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한국과 체격 조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는 일본에서 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이러한 설명은 궁색해졌다.

안우진은 “한국과 일본 투수들의 구속 차이가 어디에서 생기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이 야구를 잘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과 훈련을 받는 점이 있을 것이다. 일본투수들도 그 선수들만의 노력이 많았을거라고 생각한다”라며 한국과 일본의 인프라, 선수층의 차이를 지적했다.

160km를 던지는 것은 결국 어느정도 재능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160km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져야 한다. 안우진은 “기술적으로 어떻게 해야 160km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배운대로 열심히 던지다보니 지금의 구속이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160km를 던지기 위해서는 좋은 컨디션은 물론이고, 아드레날린이 나오는 경기 분위기, 좋은 몸 상태, 좋은 투구 밸런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안우진이 160km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조요한, 고우석(LG), 김윤수(삼성), 장재영(키움), 문동주(한화) 등 파이어볼러 유망주들의 직구 스피드가 주목받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