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다고 되는 공이 아냐" 적장도 극찬, 국대 잠수함 '순항' 이어진다
2022.06.18 14:54:36

 

17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KT 고영표. /사진=KT 위즈

 

"(고영표는) 본다고 되는 공이 아니다."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태형(55) 두산 감독이 이날 상대 선발 고영표(31)에 대해 언급했다.

고영표를 상대하는 타자들의 자세에 대한 질문에 '본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한 김 감독은 "무브먼트가 좋다. 그렇다고 제구력이 안 좋은 것도 아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포심이나 체인지업이나 똑같은 폼에서 똑같은 각도로 들어온다. 그래서 어렵다"며 고영표를 상대하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제구력이 안 좋으면 더 보고 치라고 할 텐데, 제구가 좋다"고 칭찬한 김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건 빨리 치는 게 낫다"며 '고영표 상대법'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군 전역 후 지난해부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가 된 고영표는 2020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에도 이날 경기 전까지 승운은 다소 없었지만 4승 5패 평균자책점 2.49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여기에 이전 등판이었던 1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완봉승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경기에서의 호투가 부담은 되지 않을까. 같은 잠수함 유형의 특급 선발투수 출신인 이강철(56) KT 감독은 경기 전 "부담은 있을 거다"고 하면서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있어서 완봉을 한 거다. 아마 그대로 갈 것이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진행됐다. 1회말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OSEN

 

사령탑의 기대대로 고영표는 호투를 펼쳤다. 특히 이닝이 진행되면 될수록 오히려 페이스가 올라왔다. 초반 제구가 흔들리면서 2회 말 김재호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고영표는 재빨리 궤도로 돌아왔다. 3회와 4회, 2이닝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5회 안권수의 적시타로 3-2 한 점 차로 쫓기고도 고영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까다로운 타자들인 호세 페르난데스와 김인태를 각각 삼진과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이후로는 순조로웠다. 7회와 8회 각각 안타를 내주고도 집중타를 맞지 않으며 실점 위기를 넘긴 것이다.

특히 8회에는 투구 수가 100구를 넘기자 이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교체 의사를 물어봤지만 단호히 투구를 이어나갔다. 마지막 타자 박세혁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한 고영표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고영표는 8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 시즌 5승(5패)째를 거뒀다. 총 104개의 공 중에서 스트라이크가 71개나 될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평균자책점도 2.47로 소폭 내려왔다.

 

17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한 KT 이강철 감독(왼쪽)이 고영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사진=OSEN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마운드에선 고영표가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힘든 상황에서 잘 버텨줬다"며 극찬을 내놓았다.

팀 승리의 주역이 된 고영표는 경기 후 "(김)준태가 좋은 리드를 해줘서 이렇게 범타 처리도 많이 하고 삼진도 많이 잡았다"며 호흡을 맞췄던 포수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2경기 연속 완봉승은) 욕심이 없었다"며 "페이스가 좋아 초반 실점할 때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빨리 리마인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긴 이닝 소화의 비결에 대해서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려고 한다"며 "데이터상으로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진다고 나오니 타자들도 알고 있어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고영표는 "그 부분이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